방탄소년단 [기네스 월드 레코드 SNS,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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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K팝 인베이전(Invasion·침공)’에 미국 주류 음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써내려가는 방탄소년단의 진격이 주류 팝 시장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빌보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는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서 2주째 정상을 지키며 ‘대기록’을 세웠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노래를 집계하는 ‘핫 100’ 차트에서 첫 주에 1위로 데뷔한 곡은 43곡 밖에 되지 않는다. 이중에서도 2주 연속 1위를 지킨 곡은 고작 20곡뿐이다.
빌보드는 “다양한 리믹스 버전을 선보인 것도 화력 유지에 도움이 됐다”고 봤다.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21일 ‘다이너마이트’의 원곡이 공개된 이후 인스트루멘탈 버전을 발표햇으며, 24일 EDM과 어쿠스틱 버전, 28일 트로피컬과 풀사이드 버전을 추가 공개했다.
2주 연속 정상을 지킨 방탄소년단의 성과에 일부 외신에선 음원 가격 할인과 리믹스 버전의 연이은 판매 등 ‘프로모션의 결과’로 치부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는 실제로 1.29 달러에 판매되는 음원 가격을 발매 2주차에 69센트로 할인해 내놨다. 이에 현지에선 “프로모션을 위해 발매 시점이 지난 곡들을 할인해서 판매하기도 하지만 신곡을 할인가로 내놓고, 인기곡이 연주 버전을 내는 것도 이례적이다”고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이미 빌보드 상위권에 오른 모든 가수들이 해왔던 방식일 뿐 문제로 지적될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 대다수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는 “빌보드 싱글 차트는 본래 프로모션의 이전투구의 장이었다”며 “싱글 덤핑이나 리믹스 버전의 출시 등은 빌보드 차트의 상위권에 올라오는 글로벌 팝스타들이 오래 전부터 다같이 활용했던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나 트래비스 스콧, DJ 칼리드 등의 톱가수들은 공연 티켓에 티셔츠, 피자, 에너지 음료까지 묶어 음반으로 판매했다. 이 교수는 “모든 대형 음반사들이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소속 가수의 음악을 올리기 위해 정교하고 치밀한 프로모션 전략을 써왔다”며 “방탄소년단이 싱글 음원 가격을 할인하고, 여러 가지 리믹스 버전을 공개하는 것은 꼼수도 불법적인 일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어 노래 발매나 싱글 할인 등 메인 스트림이 하는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도입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탄소년단도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컬럼비아 레코드와 협업을 통해 현지를 공략했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핫 100’ 1위를 두고 이러한 시각이 나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K팝과 방탄소년단이 미국 주류 음악시장을 뒤흔들 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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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초반부터 3~4년 전까지만 해도, K팝은 빌보드 메인 차트에 입성하면서도 미국의 통상적인 마케팅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 오로지 유튜브와 SNS를 통한 입소문으로 성과를 낸 ‘특이’ 케이스다. 방탄소년단이 영국과 미국 시장으로 향한 것 역시 소속사의 철저한 계획이 아닌 현지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며 ‘러브콜’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간 공식적인 프로모션 없이도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K팝 그룹이 의미있는 성과를 내왔으나, 비영어권 가수로서 가지는 한계가 존재했다. 빌보드 ‘핫100’ 1위 수성을 위해 필수적인 라디오 방송 횟수를 통한 점수 확보가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반값 음원 할인과 팬덤의 ‘스밍 총공(스트리밍 총공격)’으로 방탄소년단이 ‘핫100’ 1위에 올랐다고 문제를 제기하나 “팬들의 총공만으로 빌보드 성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이규탁 교수)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팸덤으로는 넘을 수 없는 것이 현지 라디오이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다이너마이트’를 발표하며 보수적인 미국 라디오 방송을 뚫었다. 지난 2월 발매한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7’의 타이틀곡 ‘온(ON)’ 때만 해도 라디오 점수가 0점에 가까웠던 것과 달리 이번엔 팝 송스 라디오 차트 18위에 오른 데 이어 ‘어덜트 팝송 40’ 라디오 차트에도 29위로 진입했다. 팬덤 이상의 대중성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팬덤으로 차트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방탄소년단의 팬덤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K팝이 어느 정도 팬덤을 구축하자, 주류 시장의 마케팅을 동원했을 때 확실하게 효과가 나타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팝이 주류 전략을 통해 동원할 수 있는 소비자의 규모가 그만큼 성장했으며, 미국 주류 음악산업에서 신경써야 할 만큼 중요한 위치가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포브스지도 “BTS의 빌보드 싱글 2주 연속 1위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뉴 노멀' 즉 새로운 기준”이라며 “이제는 BTS가 슈퍼스타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건 바보짓”이라고 보도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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