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니콜라 '천국' vs 테슬라 '지옥'…1조 쏟은 동학개미는 '멘붕'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올해 들어서만 600% 넘게 폭등한 테슬라, 질주는 끝난 것일까.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토머스 에디슨의 라이벌 과학자였던 니콜라 테슬라(1856~1943)의 이름을 따온 두 전기차 기업의 희비가 8일(현지시간) 엇갈렸다. 시총 기준 세계 1위 자동차 업체가 된 테슬라는 주가가 21.06% 떨어지며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반면 수소ㆍ전기트럭 스타트업인 니콜라는 GM의 투자 소식에 주가가 40.79%나 오르며 최고의 날을 맞았다.

이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21% 넘게 떨어진 330.21달러(약 39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하루 최대 낙폭이다. 지난달 말 이뤄진 5:1 주식분할을 감안하더라도 한때 주당 2000달러 선을 뚫으며 ‘이천슬라’로 불렸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지난 4일 ‘우량주 클럽’으로 불리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편입이 불발된 실망감이 반영되며 자유낙하했다.

중앙일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테슬라는 애플과 함께 미국 주식 시장의 상승 랠리를 주도해왔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600% 넘게 올랐다. 8개월여 동안 몸값이 6배 뛴 것이다. 주가가 급등하며 시가총액이 한때 일본 도요타의 2배를 웃돌기도 했으나 지난 5거래일 동안 주가는 28%이나 곤두박질쳤다.

가장 울고 싶은 이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다. 그의 순 자산은 8일 하루에만 163억 달러(약 19조원) 날아갔다. 악몽 같은 하루를 보낸 건 머스크만이 아니다. 테슬라 주가의 자유낙하에 국내 투자자도 잠 못 드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국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종목이 테슬라이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9일까지 국내 투자자는 15억 달러어치가 넘는 테슬라 주식을 사들였다. 순 매수액 기준 지난 7월엔 7억6149만 달러에 이어 지난 8월 3억1398만 달러, 이달 들어 9일 현재까지 4억8905만 달러의 테슬라 주식을 쓸어담았다. ‘동학 개미’에 빗대 미국 등 서구 주식에 눈을 돌렸다는 의미로 ‘서학 개미’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을 정도다.

중앙일보

지난 3일(현지시간) 독일을 방문한 일론 머스크. 이날부터 테슬라 주가 추락이 시작됐다. 독일은 테슬라에 전폭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투자회사인 베어드의 벤 캘로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배터리 데이’가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 4일엔) 안 됐지만 결국 S&P500 지수 편입에도 성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니콜라의 전기픽업트럭 '배저'. 배터리만으로 1회 충전 시 480㎞,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더하면 800㎞ 가까운 주행거리를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 니콜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닥이 없는 듯 미끄러진 테슬라와 달리 또 다른 전기차 업체인 니콜라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니콜라에게 꿈 같은 하루를 선물한 건 테슬라에 칼을 갈던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의 대표주자인 제너럴모터스(GM)다. GM이 이날 니콜라 지분 11%를 사들이며 제휴를 선언하면서 니콜라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40.79% 오른 50.0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니콜라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본사를 두고 있으나 자체 공장이 없다. 수소ㆍ전기 트럭이라는 구상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지만, 생산 실적이 없는 게 약점이었다. 하지만 GM과 손을 잡으며 날개를 달았다. GM은 배터리 공급 등 엔지니어링과 생산을, 니콜라는 설계 및 판매ㆍ서비스를 담당하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니콜라 창업자 겸 CEO인 트레버 밀턴은 이날 “배저 트럭 출시일을 앞당길 수 있게 됐다”며 “우리 자체 공장을 짓지 않아도 됐으니 수십억 달러를 절감한 셈”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중앙일보

트레버 밀턴 니콜라 CEO가 지난해 12월 자사 수소 전기 트럭 출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편 올해 들어서만 40회 넘게 최고치를 경신하며 승승장구했던 나스닥은 이날 4.11% 급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일 사상 최초로 12000선을 돌파한 나스닥은 지난 3일 이후 3거래일 동안 10% 넘게 하락했다. 이날 애플(-6,73%)과 마이크로소프트(-5.4%), 페이스북(-4.1%), 아마존(-4.4%), 구글의 모(母)기업 알파벳(-3.7%) 등의 주가도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다.

CNBC에 따르면 최근 3거래일 동안 주가가 곤두박질하며 애플과 아마존 등 6개 주요 IT기업의 시가총액에서 1조 달러가 사라졌다. 같은 기간 애플의 시총은 3250억 달러(약 387조원) 감소해 1조9600억 달러(약 2332조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앙일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의 상승세가 이어지며 시장이 조정에 들어간 데다 손정의(孫政義ㆍ손 마사요시)의 소프트뱅크 그룹이 전날 일본 증시에서 7.2% 급락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미국 빅 테크 기업 주식과 연계된 수십억 달러 상당의 주식 옵션을 사들인 것으로 최근 드러나며 ‘큰 손’이라는 뜻의 ‘나스닥 고래’ 별명을 얻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