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줄곧 선두권에 위치한 이낙연 의원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올랐다. 그리고 도전하는 모양새에 놓인 잠룡(潛龍)들은 '강한' 발언으로 대권 도전자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이재명-안철수 충돌
이른 듯 보이는 대선 경쟁의 중심에는 최근 지지도가 크게 오른 이재명 경기지사가 있다.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부의 내년도 예산 편성을 두고 "미래 세대가 빚 갚게 하는 '패륜 정부'"라고 비판했다. 눈에 띄는 건 이 지사가 앞장서서 반박했다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님을 향해 '박근혜 레이저 눈빛 닮아간다, 청개구리 대통령'이라고 비방하더니 급기야 문재인정부를 '빚 내서 생색내고 미래 세대에 갚게 하는 패륜 정부'라는 망언을 했다"면서 문정부를 두둔했다.
이 지사는 "경제 침체기에는 어느 국가나 국채 증가를 감수하며 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한다. 가계소득이 줄면 소비와 수요에 이어 투자와 공급이 줄면서 경기 침체가 오기 때문"이라며 "경제위기에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고 경제 회생을 시키려고 다른 나라보다 턱없이 적은 국채를 조금 더 발행한 것이 패륜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던 이 지사는 그간 자신이 강하게 주장해오던 2차 재난지원금의 보편 지급이 불발되자 정부·여당을 향해 매서운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 지사는 송나라 유학자 육상산이 언급한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백성은 가난보다도 불공정에 분노하니 정치에선 가난보다 불공정을 더 걱정하라)'을 인용하며 선별 지급이 반드시 후폭풍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분열에 따른 갈등과 혼란, 배제에 의한 소외감, 문재인정부와 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고 했다. 정부·여당에 대한 호위무사와 같은 모습을 보인 지 며칠 만에 민심 이반이 있을 것이라는 비관론으로 정부·여당을 때린 셈이다.
이런 이 지사를 향해 안 대표는 다시 "(재난지원금을) 모두에게 다 주자는 주장은 보상심리와 이기심을 자극하는 유혹의 속삭임"이라며 "이기심을 자극하고 선동하기보다 어려운 분들의 삶의 질에 집중하라"고 맞받아쳤다. 안 대표는 또 이 지사가 여권 핵심 인사들의 반칙, 특권, 불공정 행위엔 침묵하면서 불공정을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각각 경선과 대선에서 맞붙었던 이 지사와 안 대표가 차기 대선 전에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설전을 벌인 것인데, 특히 이 지사는 정부·여당 측에 서는 듯하면서도 당내 위치를 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 인상적이다.
이재명-원희룡 충돌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6일 SNS 글을 통해 "다 같이 똑같이 받아야 공정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여러 재정정책을 통해 형편이 다른 국민들이 최종적으로 비슷하게라도 효과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공정"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의 2차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 주장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원 지사는 이 지사가 선별 지급 결정을 '대리인에 의해 강제당한 차별'이라고 규정한 데 대해 "어찌 대한민국 정부가 코로나 경제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을 외면하자고 맞춤형 집중 지원 방침을 세웠겠느냐"면서 "생존의 위기에 처한 이웃을 두고 내 것도 달라며 차별받았다고 정부를 원망할 그런 국민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립은 방송을 통해서도 전달되게 됐다. TV토론에서 맞대결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원 지사는 8일 오는 10일 이재명 경기지사와 '코로나19 경제위기와 기본소득'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고 알렸다. 이 지사로서는 자신이 못다 설명한 보편 지급의 타당성을, 원 지사로서는 대선주자 선호도가 매섭게 오르는 이 지사와의 라이벌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성사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최근 실제로 이 지사의 선호도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타면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접전이다. 안 대표와 원 지사가 이 지사와 설전을 벌이는 것도 이 지사가 그만큼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방증인 셈이다.
안철수 질문에 불편한 심기, 김종인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선 비중 있게 나온 질문이 잠룡에 대한 것들이었다. 특히 안 대표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오자 김 위원장은 "안철수 씨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자신에 대한 질문이 아닌 다른 인사에 대한 질문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그러면서 그는 "자연 발생적으로 우리 당 내부에서 대통령 후보가 나올 수 있으리라고 저는 확신하고, 특히 밖에 계신 분들이 우리 당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 우리 당에 흡수되셔가지고 결국은 대통령 후보는 될 수 있는 (여건이 되리라 확신한다)"라고 답했다. 야권에서 대권주자는 아직 누구인지 꼬집지는 못해도 그 저변은 국민의힘 당내일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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