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본연의 의무 망각한 행정" 비판 이어져
지난 1년간 자영업자가 13만 명 가까이 줄었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그 전년도 감소폭의 5배에 달합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영향이 큽니다. 손님은 끊겼는데, 임대료는 꼬박꼬박 나가니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는 겁니다. 실제 자영업자 열 명 가운데 일곱 명이 지금 가장 힘든 이유로 임대료를 꼽았습니다. 이 때문에 임대료를 깎아주는 착한 임대료 운동까지 벌어지는 마당에, 서울시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걸로 JTBC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일부 점포의 임대료를 6.4% 올리겠다고 상인들에게 통보한 겁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달에, 사전 논의도 없이 기습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이지은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시 시설공단이 운영하는 동대문 도매 의류 쇼핑몰입니다.
지난해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한산합니다.
외국인 상인과 관광객뿐 아니라 국내 이용객 발길도 뚝 끊겼습니다.
[김선호/동대문 DDP패션몰 상인 : 중국이든 일본이든 바이어, 손님들을 저희가 지금 8~9개월 동안 얼굴을 못 본 상태라고 보시면 돼요. (작년 대비 매출이) 90% 가까이 삭감됐습니다.]
이 쇼핑몰 매장은 총 340개로 올해 초엔 모두 차 있었는데, 지금은 50곳 넘게 빈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
이곳 상인들은 지난달, 서울시로부터 임대료를 인상하겠다는 고지서를 받았습니다.
사전 설명 없는 기습적인 인상이었다고 합니다.
[동대문 DDP패션몰 상인회 관계자 : 갑자기 말도 없이 이런 안내문 한 장에 이렇게 하겠습니다? 이건 아닌 것이죠.]
상인들이 모인 소셜미디어 단톡방입니다.
전화는커녕, 공문도 내리지 않았고, 임대료 고지서만 보냈다는 얘기가 이어집니다.
현장에선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성토가 나옵니다.
[장모 씨/동대문 DDP패션몰 상인 : 말이 아예 안 되죠, 지금 (임대료를) 내려도 시원찮을 판에. 하루 개시를 하고 가냐 마냐, 한 장 팔고 가냐 마냐인데…]
[김선호/동대문 DDP패션몰 상인 : 왜 4~5년 동안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다가 왜 하필이면 이런 시국에 (임대료를) 올려서 왜 힘들게 만드느냐.]
[박모 씨/동대문 DDP패션몰 상인 : 사람 자체가 안 다니니까 아예. 거의 좀비마을 같지 않아요?]
서울시는 '원칙대로, 법대로 인상했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 : 공유재산은 공시지가를 기반해서 사용료가 오르거든요. 그런데 이 공시지가가 작년과 올해 확 올랐잖아요. 서울시도 이걸 이제 모르는 게 아니고요.]
공유재산관리법에 따라 부동산의 가격이 올라 임대료도 올렸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해하기 힘든 행정이라고 지적합니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공공부문이 적극 지원을 해야 되는 거죠. 그런데 오히려 민간기업보다 못하게 행동하는 것은 공공기관 본연의 의무를 망각한 행정입니다.]
재난에 대처한다고 보기 힘든 서울시의 행정은 또 있습니다.
올 2월 당시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가 관리하는 상가의 임대료를 절반으로 깎는다고 발표합니다.
지난달 서울시는 6개월 기한이 끝났다며 임대료를 원상복구했습니다.
이 때문에 6.4% 인상 통보를 받은 상인 이모 씨는 두 배 이상 임대료로 오른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합니다.
[이모 씨/동대문 DDP패션몰 상인 : 도매 20년 가까이 하고 있는데…거의 가닥을 폐업 쪽으로 잡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지금 3개월 시한부 인생이나 마찬가지인데. (임대료를) 다운시켜 주시면…]
(영상디자인 : 신재훈 / 인턴기자 : 양지원·김건희)
◆ 관련 리포트
코로나 재난 상황에 '반값 임대료' 원상복구 한 서울시
→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485/NB11968485.html
이지은 기자 , 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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