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성 원장 "응시 의사 밝히면 정부가 구제책 마련해야"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 시험일인 8일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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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조현의 기자] 8일부터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이 시작된 가운데 시험 관리기관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이윤성 원장이 의대생들에 대한 구제책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대생들은 단체로 의사국시를 거부하고 보건복지부는 더이상의 구제책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국시원장이 사실상 중재에 나선 것이다. 의대 본과 4학년이 전체 유급되면 향후 의사인력 수급에도 차질을 빚는 등 후유증이 상당한 만큼 국시원장의 중재가 교착상태를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시원 "의대생 결단 시점 중요"= 이날 이윤성 국시원 원장은 "의대생들이 먼저 응시 의사를 밝힌다는 전제 하에 정부가 허용하면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의대생들이 의사를 밝히고 복지부가 시험을 보라고 하면 국시원은 새로 준비를 해서 마련할 수 있다"면서 "의대생들이 의사를 밝히는 시점이 중요한데 자칫하면 해를 넘기게 된다"며 의대생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의대생들에 대한 추가 구제책을 요구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차례 시험 일정을 연장한 복지부는 재연장에 대해 강경한 상황에서 이 원장의 발언이 교착 상태에 빠진 현 상황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의대생들이 국가시험을 스스로 거부하는 상황에서 먼저 구제책을 제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8일부터 실기시험…역대 최소 응시= 국시원에 따르면 올해 실기시험은 이날부터 11월 20일까지 서울 광진구 국시원 본관에서 치러진다. 올해 시험은 전체 응시 대상자 3172명 중 14%인 446명만이 응시해 역대 최소 규모다. 실기시험은 마네킹을 이용해 기본적인 기술을 확인하는 단순수기평가(OSCE)와 훈련받은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환자진료평가(CPX) 등 총 12개의 문제로 이뤄진다. CPX에서 응시생은 모의 환자(30시간 교육을 받은 연기자)에게 증상을 물은 뒤 신체 진찰 등을 거쳐 진단을 내리는 것이다. OSCE는 환자 모형에 상처 꿰매기, 주사 놓기, 붕대 감기 등의 기본적인 의료기술을 테스트한다. 국시 실기시험 합격률은 대체로 95% 이상을 웃돈다. 국시원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된 2020년도 제84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합격률은 97.0%다. 응시자 3189명 중 3093명이 합격했다. 2019년도 83회(95.6%), 2018년도 82회(95.8%), 2017년도 81회(96.4%) 등 앞서 진행된 실기시험도 높은 합격률을 기록했다.
의대생들이 국시 응시를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시 의료계가 정부가 추진하는 의약분업에 반대하며 총파업까지 벌였던 2000년 당시 의대생들도 집단 거부에 나섰다. 응시 대상자 90% 가량이 시험을 치르지 못할 뻔 했으나 정부와 의료계의 합의로 예정된 일정보다 한 달 뒤 진행됐다. 실기시험 도입 이전인 만큼 필기시험만 치러졌기 때문에 시험 연기에도 혼란은 없었다.
의대생들이 새 학기 수업거부를 한 적도 있다. 1996년 3월 당시 의대 본과 4학년생들은 국가시험 불합격률이 30%에 달하자 "예년의 탈락률 10%와 비교해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인력 공급과잉을 우려한 기성의사들의 개입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고 있다"며 추가 시험 실시 등을 요구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조현의 기자 hone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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