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州) 커노샤의 한 주택가에서 출동 경찰에 7발의 총을 맞고 중상을 입은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가 병상에서 메시지를 남겼다. 이 영상은 블레이크의 변호사인 벤 크럼프가 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했다. [벤 크럼프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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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를 재촉발한 경찰 총격 사건의 당사자 제이컵 블레이크(29)가 병상에서 남긴 메시지가 공개됐다. 블레이크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州) 커노샤에서 출동 경찰에게 7발의 총격을 당했다. 어린 아들 셋이 보는 앞에서 등에 총을 맞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약 2개월 만에 'BLM 시위'가 대대적으로 촉발됐다.
영상은 5일(현지시간) 블레이크의 변호사 벤 크럼프의 트위터에 게시됐다. 블레이크는 총격으로 인한 후유증을 고백하면서 "우리의 삶을 바꾸기 위해 연대하자"고 말했다.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한 병원에서 치료 중인 블레이크는 허리와 하반신 마비 상태다. 영상 길이는 1분가량이다.
블레이크는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세상에는 살아야 할 더 많은 생명들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당신의 삶은, 아니 단지 삶뿐만 아니라 다리와 같이 삶에 필요한 것들을 나처럼 박탈당할 수 있다"며 "나는 등에도 위에도 철심이 박혀 있다. 24시간 내내 고통스럽다, 숨쉬기도 잠을 자기도 움직이기도 먹기도 괴롭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당신도 이런 취급을 받을 수 있다"며 "제발 삶을 바꾸라, 우리는 연대할 수 있다, 우리가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NBC 뉴스 등 현지 매체들은 블레이크의 영상을 촬영한 이가 누구인지, 영상 메시지를 남긴 배경은 무엇인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블레이크는 말하는 도중 주먹을 꼭 쥐고 "우리는 바꿀 수 있다"며 BLM 시위를 지지한다는 취지를 나타냈다.
다만 그는 사건 당시 자신이 왜 경찰의 만류에도 차량 운전석으로 갔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의식을 회복한 블레이크는 자신에게 적용된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전날 블레이크는 커노샤 지역 법원행정관 로렌 키팅과의 화상 면담을 통해 혐의를 부인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를 방문해 제이컵 블레이크의 가족을 면담한 뒤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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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블레이크 사건 이후 거친 소용돌이에 다시 휘말렸다. 시위대와 경찰 지지 시위대가 맞서면서 총격전까지 일어났다. 여기에 흑인 '복면 질식사' 사건까지 뒤늦게 점화되면서 시위는 다시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복면 질식사 사건은 지난 3월 23일 뉴욕 로체스터시에서 흑인 남성인 대니얼 프루드(41)가 경찰 체포 과정에서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져 사망한 사건이다. 유족이 최근 공개한 영상에는 경찰이 프루드에게 수갑을 채운 뒤 두건을 씌웠는데 얼굴을 손으로 누르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사건 당시 프루드가 침을 뱉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려돼 복면을 씌웠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대선 쟁점으로도 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위스콘신주를 방문해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법과 질서"를 강조했다. 이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도 지난 3일 이 지역을 방문해 블레이크의 가족을 면담하고 이들을 격려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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