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런 빅터가 시위대들에 둘러싸인 채 주먹을 들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트위터 캡처] |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 DC의 한 식당에서 벌어진 일이다. 100여 명은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시위에 참여 중이었다. 100여 명이 자신을 에워싸고 있지만 끝내 주먹을 들지 않은 이 백인 여성은 로런 빅터(49)다.
빅터는 4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WP)에 “나는 왜 주먹을 들지 않았나”란 제목으로 기고했다. 그는 당시의 자세한 상황과 시위대의 위협에도 왜 주먹을 들지 않았는지 전했다. 자신도 여러 차례 흑인 차별을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밝힌 그는 “약간의 생각을 나누고 싶다”며 기고 이유를 밝혔다.
로런 빅터에게 주먹을 들라고 강요하는 시위대. [트위터 캡처] |
당시 시위대는 전날 벌어진 사건으로 흥분한 상태였다. 지난달 23일 흑인 청년 제이콥 블레이크가 경찰의 총격에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시위대는 음식점의 테이블마다 다가가 손님들에게 주먹을 치켜 올리라고 강요했다. 자신들의 시위와 연대하란 의미였다. 특히 백인 손님들에게 강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빅터는 시위대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는 기고글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첫째, 우선 이 시위를 왜 하는지 잊지 말자”고 했다. “제이콥 블레이크 총격 사건은 상황에 대한 설명이 엇갈리더라도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이렇게 발생해선 안 되는 유사한 총격 사건이 너무 많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둘째, 타인에게 시위 참여를 강요하는 건 그냥 겁박”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시위대에 “당신들은 왜 시위를 하느냐”고 시위의 의미를 여러 차례 물었다고 했다. 하지만 시위대 중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로런 빅터에게 주먹을 들라고 강요하는 시위대. [트위터 캡처] |
그는 “내가 이해하지도 못하는 일에 참여해 주먹을 들 순 없었다”고 했다. 이어 “지지를 원할 경우 자유로운 상태에서 요청하는 게 민주주의에서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빅터는 기고글에서 (시위대의 요구를 거절하던) 당시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결국 시위대는 빅터를 포기하고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그는 동시에 시위대를 훑어보고 감사와 희망도 느꼈다고 했다. 다양한 인종적 배경의 젊은이들이 시위대에 참여하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빅터가 시위대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이 동영성은 소셜미디어(SNS)에서 12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WP는 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