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건이 허락한다면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두루 지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정치적으로도 생색이 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언제 종식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후 보루인 재정의 둑을 견고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여전히 양호하다곤 하지만 위기 극복을 위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초슈퍼 예산이 편성되면서 재정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하는 현실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실직자와 생계가 어려운 저소득 취약계층에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정된 재원을 여유가 있는 계층에까지 분산하는 것보다 코로나 사태로 직접적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민생 안정에 보다 실효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재난지원금이 피해 업종 종사자나 취약계층에게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이는 일회성 지원이어서 근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고난의 터널을 지날 수 있도록 긴급경영안정 자금이나 금융지원은 물론 임차료, 전기료 등 고정비용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이나 일자리안정자금의 추가 지원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관광 등 일부 업종에만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수출 감소로 어려움에 빠진 중소 제조업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선별·맞춤 지원이라는 큰 틀은 정해졌으나 구체적인 대상 선정 작업은 녹록지 않다. 당정은 일단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영업이 중단된 노래방, PC방, 카페 등 고위험시설 12개 업종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는데 이는 당연해 보인다. 매출이 끊겨 폐업하거나 임대료는 물론 당장 생계가 막막해진 이들에겐 현금 지원이 시급하다. 고위험 업종은 아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까지 올라오면서 매출이 급감한 골목 음식점이나 여행업자, 숙박업소 등 여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도 불가피할 것이다. 이들은 증빙을 카드 매출액 등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기준으로 차등 지원할 경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특수고용자나 프리랜서 등 취약계층이나 수해 피해자 등을 포함할 경우에도 대상자 선별이나 지급액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다른 현금성 복지와 중복 지급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대상자 선별이나 지급 기준이 엄정하고 정밀하지 못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정부의 부담이 큰 작업임엔 틀림없지만 이번 기회를 재난형 복지전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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