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우리 국민이나 챙겨라" 서울시, 외국인 재난지원금 지급 논란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권위 "외국인도 재난지원금 줘야" 권고

서울시, 외국인에 가구당 30만~50만원 긴급생활비 지원

시민들 "역차별 아니냐", "세금 아깝다" 분통

전문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 제시 필요"

아시아경제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외국인에게도 재난 긴급생활비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국민 역차별 아닙니까?", "내 세금으로 왜 외국인까지 도와줘야 하나요?"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에게도 '재난 긴급생활비'를 최대 50만 원을 지원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들은 내국인도 힘든 상황에서 외국인까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시의 결정이 오히려 역차별을 부추긴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외국인 주민 역시 세금을 내는 사회구성원임으로 재난지원금을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는 이번 지원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는 지원이 세금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각 지자체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시아경제

서울시 재난 긴급생활비 지급 조건에 대한 안내문. 사진=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는 외국인에게 재난 긴급생활비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온라인 신청접수를 시작했다. 오는 14일부터는 각 자치구의 구청이나 주민센터에서 현장 신청을 할 수 있다.


지원 대상은 서울시에 외국인 등록 거소신고를 한 지 90일(지난달 27일 기준)이 넘고,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취업·영리활동을 할 수 있는 외국인 주민이다.


유학 또는 일반연수 등의 자격으로 거주 중이거나 자신의 비자에 허용되지 않는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지난 3월 재난 긴급생활비를 지급받은 결혼이민자 등도 제외된다.


소득기준은 지난 3월 내국인에게 재난 긴급생활비를 지급할 때와 마찬가지로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여야 한다. 즉 월 소득이 △1인가구 175만7194원 △2인가구 299만1980원 △3인가구 387만577원 △4인가구 474만9174원 △5인가구 562만7771원을 초과하면 받을 수 없다.


지원금액은 1~2인 가구는 30만 원, 3~4인 가구는 40만 원, 5인 이상 가구는 50만 원이다. 이번 조처로 서울에 거주 중인 9만5000여 가구(19만7000여 명)가 지원을 받을 것으로 시는 추정하고 있다.


법무부의 '등록외국인 지역별 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총 126만4686명으로 서울시에는 22.1%에 해당하는 28만126명이 거주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는 이번 지원이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해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는 지난달 26일 외국인 재난지원금 시행 이유에 대해 "이번 지원은 코로나19로 내국인과 마찬가지의 고충을 겪고 있는 외국인 주민에게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 인한 평등권 침해'가 없도록 재난 긴급생활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6월 "주민으로 등록돼있는 외국인 주민을 달리 대우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 평등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재난 긴급지원금 정책에서 외국인 주민이 배제되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개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주노동단체는 외국인에게 재난 긴급생활비를 지급하기로 한 서울시의 결정을 환영하며 다른 지자체의 동참을 촉구했다.


한국이주인권센터와 이주노동희망센터 등은 지난달 28일 성명문을 내고 "코로나19로 경제 위기에 몰린 주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지급하는 지원금이 국적과 체류 자격을 기준으로 차별 적용돼서는 안 된다"며 "서울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도 평등하게 재난지원금 정책을 펼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시민들은 "국민 역차별 아니냐", "재정상태 안 좋다면서 외국인은 왜 주냐"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외국인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주부 강모(44) 씨는 "지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외국인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모든 국민이 힘들 때에 세금으로 외국인을 도울 때냐"라며 "소외계층이나 자영업자 등 지금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들이 많다.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봐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금을 내지 않는 외국인까지 지원금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직장인 김모(36) 씨는 "외국인들은 세금도 안 낼 것 아니냐"라면서 "낸다고 해도 우리 국민이 내는 것만큼 내겠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가 낸 세금이 이런 식으로 쓰인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국민 동의도 받지 않았다. 특히 이런 중요한 일을 기사로 접했다는 게 너무 어이없다"라고 덧붙였다.


아시아경제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외국인 주민도 엄연히 세금을 내고 있으며 지급 배제는 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대 직장인 A 씨는 "신청서를 따져보면 서울시에 거주하면서 세금을 내고 일하는 외국인 직장인에게 준다는 뜻이다"라며 "이들은 내국인과 같이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같은 세금을 내면서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다면 이 또한 차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논란이 지속하자 서울시 관계자는 "인권위에서 외국인을 제외한 재난지원금 지급은 차별이라며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권고에 따라 이번 지급을 결정한 것"이라며 "시민분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이번 지급은 전체 외국인 대상이 아니다. 취업 영리 활동이 가능한 비자 자격을 취득하고, 소득 신고를 성실히 한 중위소득 100% 이하에 해당되는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의 한 주민센터 관계자도 "신청서를 내려면 정해진 조건에 맞아야 한다. 불법적으로 들어왔거나, 세금을 안 내는 외국인을 서류 자체를 제출할 수 없다"며 "시는 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그에 맞는 지침을 내려 철저하게 지급 기준을 세웠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세금에 상당한 기여를 한 외국인에 한해 지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번 외국인 재난지원금의 경우 기부나 증여가 아닌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이어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도 외국인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하지만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예를 들어 3~5년 거주했다든가 일정한 기준에 충족하는 이들에 지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