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 폭등, 전체 물가 상승 이끌어
채소 28.6% 올라 4년 만에 최대 상승폭
9월까지 장마 영향…추가적인 태풍 변수
지원금 효과 제한적…코로나로 외식물가 둔화
지난달 21일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에 추석선물세트가 진영돼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이명철 기자] 역대 최장기간 이어진 장마와 집중호우에 여파로 따른 채소류 가격 폭등으로 지난달 물가가 소폭 상승했다. 정부가 지급한 14조원 규모의 긴급 재난지원금은 대부분 소진된 가운데, 물가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5로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했다. 7월에 이어 두달 연속 상승이다. 상승폭은 지난 3월(1.0%) 이후 최대치다. 전기·수도·가스, 공업제품은 하락했으나, 농축수산물과 서비스 물가 상승이 전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지수(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는 0.8% 올라 지난해 8월부터 13개월 연속 상승률 0%대 상승률이다. 체감 지표인 생활물가지수도 0.5% 올라 4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지만 3월 상승폭(1.8%)에 비해 크게 낮았다.
배추 69.8%·고구마 56.9%·토마토 45.4% 폭등
지난달 물가 상승은 역대 최장기간 지속됐던 장마와 집중호우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5.8% 급증해 2017년 1월(15.9%)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신선채소만 놓고 보면 28.6%가 폭등해 2016년 11월(33.4%) 이후 최대 상승폭이었다.
농축수산물은 10.6% 상승해 통계 작성 이래 최대였다. 농산물 물가가 12.1% 상승했고, 그 중 채소류의 경우 28.5% 가격이 폭등했다. 세부품목별로 보면 배추가 69.8%, 고구마 56.9%, 호박 55.4%, 토마토 45.4%가 각각 올랐다.
재난지원금 지급 여파로 가격이 크게 올랐던 축산물 물가는 8월 들어서도 휴가철 소비가 늘며 10.2% 상승했다. 돼지고기와 국산쇠고기가 각각 16.2%와 9.5% 올랐다. 수산물 역시 6.4%로 물가오름세 이어갔다.
농산물 가격 상승세는 9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장마와 집중호우 영향은 9월까지 이어질 것 같다”며 “추가적인 태풍 등의 영향으로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석유류 10.0% 하락…코로나로 외식물가 상승 둔화
농산물과 달리 공업제품과 전기·수도·가스 하락은 지속됐다. 이는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10.0% 감소하며 전체 공업제품 물가도 0.4% 감소했다. 또 국제유가에 직접 영향을 받는 도시가스 가격 하락으로 전기·수도·가스 물가도 4.4% 낮아졌다. 공공서비스도 고교 및 유치원 납입금 지원 확대로 1.8% 감소했다.
재난지원금 소진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향후 수요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장은 “재난지원금 효과로 음식서비스, 예식 등의 가격 상승을 예상했는데 지난달 0.5% 상승에 그쳐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외식물가 상승도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달 물가에 태풍 등 기후여건과 코로나19 전개양상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사과와 배 등 핵심 성수품의 가격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공급량 확대 등을 통해 수급 불안을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2020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 통계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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