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인수자 결정…MS·월마트 vs 오라클"
中정부 기술수출 규제 하루만에 CNBC 보도
협상 마무리 관측 속 정치 변수 휘둘리는듯
조만간 발표? 무기한 연기?…미궁 속으로
(사진=AFP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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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독이 든 성배(Poison Chalice).”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최근 중국의 동영상 공유 애플이케이션인 틱톡 인수전을 두고 한 얘기다. 미국의 IT 전문지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다. 그는 “소셜미디어 비즈니스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그렇게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고 했다. 게이츠는 틱톡의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떠오른 MS의 경영에서 손을 뗀 상태다.
게이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을 강제 매각하라고 요구한데 대해서는 “이상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틱톡을 둘러싼 인수합병(M&A)이 미·중 정치 분쟁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되는 게 기이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중국 정부는 틱톡을 두고 기술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내며 인수전에 제동을 건 상태다.
“틱톡, 이미 매각 대상자 정했다”
틱톡 인수전이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는 가운데 이미 틱톡 미국사업의 새 주인이 정해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협상은 끝났고 발표만 남았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규제 방침 이후 하루 만에 나온 소식이어서 더 주목된다.
경제전문매체 CNBC는 3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틱톡이 미국·호주·뉴질랜드 사업 부문을 매각할 대상을 정했다”며 “이르면 9월1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모든 미국 기업들이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거래가 금지되는 때는 9월20일이다.
CNBC는 “MS-월마트 연합과 오라클이 가장 강력한 두 인수 경쟁자(two top contenders)”라며 “매각가는 200억달러(23조7000억원)~300억달러(35조6000억원) 수준”이라고 했다. 틱톡은 미국에서 약 1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일일 이용자 수는 5000만명 이상이다. 대다수는 밀레니얼 세대다. B2B 사업에 강한 MS와 오라클이 군침을 흘릴 만한 소비자 데이터를 가진 회사다. 틱톡은 최근 전자상거래 사업 역시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과 유사한 서비스인 ‘월마트 플러스’를 출시 예정인 월마트가 틱톡을 노리는 이유다. 틱톡을 사들이면 단박에 1억명을 잠재 정기구독 소비층으로 확보할 수 있어서다. 최근 영국 자산운용사 센트리커스와 미국 소셜 애플리케이션 트릴러가 합작해 막판에 가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정도로 인수전은 뜨거워지고 있다.
앞서 바네사 파파스 틱톡 임시 최고경영자(CEO)는 유력 후보군인 MS-월마트와 오라클의 장점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MS는 훌륭한 보안 플랫폼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갖고 있고 오라클은 업계를 이끄는 데이터 관리 서비스 역량을 갖고 있다”며 “둘 모두 대단한 기술 회사”라고 전했다.
中 정부의 제재, 매각 지연 가능성
문제는 정치 불확실성이다. 이미 인수전의 윤곽은 드러났지만, 미·중 갈등의 양상은 불확실한 탓이다.
실제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강제 매각을 앞둔 틱톡을 팔 수 없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는 ‘기술 수출 금지·규제 목록 개정안’을 발표하며 총 53개 신기술의 규제를 규정했다. 이 중에는 틱톡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처럼 곧바로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표적 삼지는 않았지만, 법적 우회로를 통해 매각을 막겠다는 것이다.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는 최근 성명을 통해 “기술 수출 관련 업무에서 중국 정부의 지침을 엄격하게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CNBC 역시 “틱톡이 매각 대상을 결정했음에도 중국 정부의 기술 수출 규제 방침 때문에 다소 미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게이츠의 암시처럼 틱톡 인수전 자체가 미·중 패권 전쟁 아래에 있는 만큼 통상적인 M&A보다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다. 만에 하나 인수에 성공한다고 해도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고, 특히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위험이 있다. 틱톡 인수전은 미·중 신냉전의 축소판이라 불릴 만하다.
이번 인수 후보군이 트럼프 대통령과 인연을 중심으로 추려진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가 올해 초부터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회장을 맡으며 미국 기업들을 이끌고 있다”며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오라클의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이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라클은 틱톡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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