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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르포] 코로나19 막는 거리두기 2.5단계…자영업자들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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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줄이고 배달 안간힘 써도 월세 못 내는 업소 수두룩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더 버틸 힘 없어"

연합뉴스

2.5단계 거리두기 이후 낮과 밤 모두 한산한 송도 상가들
[촬영 김상연]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김상연 기자 = "건물주가 보기에도 딱했는지 월세를 50만원씩 두 달이나 깎아줬는데도 살길이 막막하네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꺾기 위해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한 둘째 날인 지난달 31일 낮.

◇ '인천의 강남' 송도 "저녁 손님을 한 테이블도 못 받은 날 있다"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송도국제도시에서도 중심 상업지역으로 꼽히는 해양경찰청 인근 음식점 거리는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평소 이곳은 점심시간이면 주변 빌딩과 관공서에서 쏟아져 나온 회사원과 공무원, 대학생 등이 한꺼번에 몰려 활기가 넘쳤다.

어느 정도 입소문이 난 음식점은 예약이 필수이고 대기 번호표를 받고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장사진을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급기야 2.5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음식점들은 다시 끝 모를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닭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코로나19에 태풍까지 겹친 지난주에는 저녁에 손님을 한 테이블도 못 받은 날이 있었다"면서 "우리 가게 옆 칼국수 전문점은 장사가 정말 잘 되던 업소인데 어제부터 휴업에 들어갔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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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도 텅 빈 음식점
[촬영 김상연]



◇ 학원 학생 손님·교회 단체 주문도 끊겨

2.5단계 거리두기로 오후 9시 이후 음식 포장과 배달만 허용된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의 수는 인천에서만 4만곳에 달한다.

인천 시내 학원 4천곳도 이날부터 운영이 중단되면서 청소년들이 즐겨 찾던 먹거리 가게들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6년째 주먹밥 전문점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학원 가기 전에 많이 들렀는데 이제 거리에서 학생들 모습을 볼 수가 없다"면서 "일요일에 단체 배달을 많이 시켰던 교회도 비대면 예배로 바뀌면서 잃어버린 고객이 됐다"고 했다.

이 업주는 인건비를 아끼려고 올해 3월부터 주방 직원 한 명과 주말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줄였고 이제 한 명 남은 직원과 둘이서 가게를 꾸리고 있다.

4명이 나눠 하던 일을 2명이 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300만원이 넘는 월세 내기도 빠듯하기만 하다.

◇ "40년 장사 중 제일 힘들어"…문 열지 않은 가게 수두룩

해가 지자 자영업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오후 9시 이후에는 포장과 배달만 가능해지면서 저녁 장사를 주로 하던 음식점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었다. 아예 문을 열지 않는 가게들도 수두룩했다.

퇴근길 회사원과 가족 단위 손님들로 북적대던 고기구이집은 매장 안이 텅 비었다.

한 60대 업주는 "40년 장사 인생 중 지금이 제일 힘든 시기"라며 "월세와 관리비를 합치면 600만원이 넘어가는데 석달째 송금을 못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차라리 거리두기 3단계에 들어가서 아예 가게를 닫아버리면 건물주한테 할 말이라도 있을 것 같다"며 "망했다는 소문이 날까 봐 차마 가게 문은 못 닫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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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단계 거리두기 시행에 무기한 영업 중단한 음식점
[촬영 김상연]



◇ "주변 가게들 하나둘 문 닫기 시작하니 불안하다"

인근 호프집과 선술집의 상황은 더 참담했다.

어머니와 함께 4년째 선술집을 운영하는 20대 업주는 이날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우리 가게는 음식을 맛보러 오는 경우도 있지만, 이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러 오는 손님이 많다"며 "어떻게 정했는지도 모를 기준인 오후 9시 이후 손님을 못 받는다는 건 장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9시가 넘어가자 포장·배달 준비가 되지 않은 업소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한 고기구이집 업주는 얼마 전 배달 장사라도 해볼 생각으로 분식용 조리대를 가게에 들였다고 했다.

그는 "김밥이라도 팔면 매출이 있을까 해서 마지못해 설비를 마련했다"며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간판만 세 차례 바꾼 것으로 알려진 한 한우전문점은 불이 꺼진 채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이 거리의 한 40대 여성 업주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서 주변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하니 불안하다"면서 "언제 끝날지 기약 없는 상황을 더 버틸 힘이 없다"고 한숨을 지었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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