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열린 ‘2020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2020 MTV Video Music Awards)’에서 방탄소년단이 신곡 ‘다이너마이트’ 무대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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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오르지 못했던 단 하나의 산을 기어코 넘어섰다.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빌보드는 지난달 21일 발매한 방탄소년단의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빌보드 핫 100 최신 차트(5일자)에서 1위에 올랐다고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내 대중적 흥행의 지표가 되는 핫 100 차트에서 한국 가수가 역사상 최초로 정상에 오른 것이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아시아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빌보드 200’)와 싱글 차트에서 모두 1위를 거머쥐는 대기록을 썼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전 세계 아미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다이너마이트’를 밝게 빛내주신 우리 아미들 덕분입니다”라며 1위 소감을 밝혔다.
■핫 100 정상의 의미
방탄소년단은 이번 1위를 통해 한국 대중음악사에 기념비적인 성취를 남김과 동시에 ‘월드 스타’로 성장해 온 경력에 정점을 찍었다. 앞서 2012년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핫 100 2위에 7주 연속 머무르며 끝내 오르지 못한 ‘마지막 고지’에 결국 올라선 것이다. 앞서 네 차례 빌보드 200 정상에 올랐던 방탄소년단에게도 핫 100 1위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2018년 정규 3집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FAKE LOVE)로 핫 100 10위에 오르며 첫 10위권에 진입했고 지난해 미니 6집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로 8위, 지난 2월 발매한 정규 4집 타이틀곡 ‘온’(ON)으로 4위를 기록하며 차근차근 순위를 높여갔다.
앨범 판매량을 척도 삼는 빌보드 200이 팬덤의 규모를 보여준다면, 인터넷 음원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횟수·미국 내 라디오 방송 횟수·유튜브 조회수 등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핫 100은 미국 대중이 현재 가장 뜨겁게 소비하는 ‘히트곡’을 보여준다.
이날 빌보드는 ‘다이너마이트’가 발매 첫 주 미국에서 3390만회 스트리밍 되고 30만건의 디지털 및 실물 판매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가 26만5000건에 이르러 2017년 9월 테일러 스위프트의 ‘룩 왓 유 메이드 미 두’(Look What You Made Me Do) 이래 약 3년만에 최대 판매량을 올렸다. 늘 약점으로 꼽히던 라디오 방송 횟수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빌보드에 따르면 ‘다이너마이트’는 지난달 30일까지 1160만명의 라디오 청취자에게 노출됐고, 라디오 방송 횟수를 집계하는 ‘팝송 라디오 차트’에서는 방탄소년단 역대 최고 순위인 20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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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핫 100 1위와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3위 진입, 24시간 최다 조회수(1억 110만뷰) 뮤직비디오, 올해 스포티파이에서 발매 첫날 가장 많이 스트리밍 된 음원. ‘다이너마이트’가 이룬 기록적인 흥행은 방탄소년단이 세계 대중에 소구하는 히트곡을 내는 명실상부 세계적인 아티스트 반열에 올랐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1위 소식이 알려진 직후 미국 매체 포브스의 대중음악 전문기자 브라이언 롤리는 트위터에 “‘다이너마이트’의 성공은 비서구권 아티스트를 바라보는 서구권 대중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며 “팝 슈퍼스타로서 최후의 한계를 넘어선 것을 축하한다”고 적었다.
‘다이너마이트’를 포함해 발매 첫 주 차에 핫 100 1위로 진입한 ‘핫 샷’ 곡은 빌보드 역사상 총 43곡에 불과하다. 마이클 잭슨, 엘튼 존, 브리트니 스피어스, 레이디 가가, 테일러 스위프트, 아델 등 세계적인 가수들과 방탄소년단이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왜 ‘다이너마이트’였나
이미 월드 스타로 거듭난 방탄소년단에게 핫 100 1위는 언제고 넘을 산이었다. 다만 왜 ‘다이너마이트’였는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시대 전 세계 팬들에게 ‘희망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해 예정에 없이 발표된 ‘다이너마이트’는 발매 취지에 맞게 이전보다 한층 대중 친화적인 전략이 시도됐다. 특히 영미권 대중에게 친숙한 영어 곡이라는 점이 주효했다.
방탄소년단의 첫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는 영미 대중가요계에서 최근 유행하는 복고풍의 디스코 팝 장르 곡이다. 미국 보이밴드 조나스 브라더스의 곡을 만든 뮤지션 데이비드 스튜어트와 제시카 아곰바르가 작사·작곡했다. 팬덤을 타겟으로 한 진중한 서사·한국어 가사가 중심이 됐던 전작들보다는 영미권 대중들이 보다 친숙하게 여길 만한 요소가 많은 곡이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위켄드, 레이디 가가, 도자 캣 등의 70~80년대 디스코 곡이 연달아 흥행하고 있는 영미권 대중음악계 최신 흐름에 맞춘 영어 가사 곡이라는 점이 주효했다. 이 곡을 계기로 방탄소년단이 그간 쌓아온 ‘히트 잠재력’이 완벽하게 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달 21일 열린 ‘다이너마이트’ 발매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그룹 방탄소년단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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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대중가요계의 전통과 경향을 따르되, 약물·섹스 등을 내세운 선정적 가사의 유행에선 벗어나며 ‘방탄소년단’다움을 보여줬다는 점 역시 ’다이너마이트’의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다이너마이트’는 가사 곳곳에서 영화 ‘킹콩’, 록 밴드 ‘롤링 스톤(스)’, 농구 선수 ‘르브론’ 등 영미권에서 익숙한 대중 문화 소재를 차용하면서도 K팝 그룹다운 ‘건전함’을 잃지 않았다. 미국 매체 버즈피드는 ‘다이너마이트’를 두고 “부정할 수 없이 행복하고 흥겨운 디스코 곡으로, 가사와 안무 모두에서 롤링 스톤즈·마이클 잭슨·엘비스 프레슬리와 같은 전설적인 뮤지션에 대한 오마주가 엿보인다”고 평했다. 포브스는 “가족 친화적인 가사는 ‘다이너마이트’를 미니밴에 탄 어린 아이부터 엄마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곡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1위는 비영어·비서양음악에 대한 미국 문화 산업·미디어의 여전한 장벽을 체감케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이번 1위를 만든 결정적 요인은 이전보다 월등히 높은 미국 내 라디오 방송 횟수다. 방탄소년단의 이전 곡들의 인기와 수준 역시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가사라는 이유로 라디오 방송 횟수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영어가 아닌 음악에 거부감을 보이는 미국 주류 미디어의 현실을 영어 곡인 ‘다이너마이트’의 흥행이 역설적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2주 연속 핫 100 1위를 지키던 래퍼 카디 비의 ‘왑’(WAP)은 2위로 밀려났다. 3위는 래퍼 드레이크의 ‘래프 나우 크라이 레이터’(Laugh Now Cry Later)가 차지했다. 방탄소년단 기록이 포함된 빌보드 최신 차트 전체 순위는 현지시간 5일 공식 업데이트된다.
■방탄소년단 역대 빌보드 핫 100 순위
2017년 10월14일 디엔에이(DNA) 67위
2017년 12월16일 마이크 드롭(MIC Drop) 리믹스 28위
2018년 6월2일 페이크 러브(FAKE LOVE) 10위
2018년 9월8일 아이돌(IDOL) 11위
2019년 4월27일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8위
2019년 11월2일 메이크 잇 라이트(Make It Right) 리믹스 76위
2020년 2월1일 블랙 스완(Black Swan) 57위
2020년 3월7일 온(ON) 4위
2020년 3월7일 시차(My Time) 84위
2020년 3월7일 필터(Filter) 87위
2020년 9월5일 다이너마이트(Dynamite) 1위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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