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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소득 끊겨 생계 막막”… 자영업자들 ‘마스크 제조’ 부업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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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확산에 허가 문의 쇄도

진입 장벽 낮은 덴탈마스크 선호

생산업체 1월 대비 2.9배나 급증

소규모 업체 우후죽순에 ‘불안감’

소비자 “품질관리 되는지 의구심”

세계일보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은 경기도 용인시의 한 마스크제조업체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돌아가는 마스크 생산 기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광역시에서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50대 이모씨는 최근 부업으로 마스크 제조업을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원래 운영하던 꽃집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진 지 오래다. 특히 8월 중순 코로나19 재확산을 기점으로 본업인 꽃집의 수익은 0원에 가까워졌다. 길어지는 코로나19 불황에 고심하던 이씨는 결국 일회용 마스크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생산 공간과 제조설비 등을 마련해 8월 셋째 주부터 마스크 생산을 시작했다.

이씨는 31일 “꽃집은 원래도 7∼8월이 비수기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정말 생계가 막막해져 다른 살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며 “아직은 마스크 생산량이 많지 않아 지인이나 온라인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데 본업보다 훨씬 나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이 끊긴 자영업자들이 생계 유지를 위한 새 활로를 찾아 일회용 마스크 제조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허가 조건이 까다로운 KF80, KF94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비말 차단 마스크’나 ‘덴탈마스크’ 제조를 부업으로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관심을 반영하듯 온라인에서도 마스크 제조 허가와 관련된 글이 급증했다. 한 포털사이트에 ‘마스크 제조 허가’를 검색하면 절차 안내 등 8월 한 달 올라온 관련글만 1000여건에 이른다. 식품업, 의류업 등 제조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도 마스크 제조 허가 관련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마스크 생산업체 등록 및 품목 허가 신청 업무를 대행하는 행정사들도 관련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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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경행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이민경 행정사는 “최근 마스크 제조 허가 신청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마스크 제조 허가를 받으러 찾아오는데 기본 자본이 많이 필요한 만큼 생각보다 접근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행정사 A씨는 “기존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던 사업자나 새로 공장을 운영하려는 사업자 모두 마스크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해 말 마스크 시험 기관이 추가되어 이전보다 시험 검사 기간이 대폭 단축되며 식약처 마스크 허가 신청의 장벽이 낮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마스크 제조에 뛰어드는 자영업자들이 늘며 식약처 인증 생산업체와 허가 품목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식약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마스크 생산업체는 1월 말 137개사에서 현재 396개사로 2.9배 급증했다. 진입을 준비 중인 신규업체들도 즐비한 상황이다.

허가된 마스크 품목 역시 1월 말 1012개에서 현재 2179개로 2.2배가 증가했다. 품목별로 보면, 보건용 마스크는 1월 말 126개 업체 953품목에서 8월 셋째주 321개 업체 1727품목으로 늘었고 수술용 마스크는 26개 업체 59품목에서 77개 업체 124품목으로 늘었다. 비말차단용 마스크의 경우 4개 업체 9품목에서 188개 업체 328품목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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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마스크 판매대. 연합뉴스


이처럼 마스크 제조 업체가 급증하며 일각에서는 관리 소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소규모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품질 관리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도 덩달아 커지는 실정이다.

어린 자녀를 둔 직장인 신모(40)씨는 “처음 들어보는 신생 업체에서 생산된 마스크들이 갈수록 많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믿고 구입하기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라며 “마스크 업체가 너무 많이 생기다 보니 정말 제대로 품질관리가 되고 있는 건지, 믿고 사도 되는 건지 의구심이 들어 가능하면 이름 있는 업체의 제품을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산에 사는 40대 B씨는 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소규모 업체 비말차단 마스크 판매글을 보고 마스크를 구매했다 속을 끓였다. 구매 직후 취소 문의를 위해 판매글에 적힌 회사로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B씨는 “취소 요청은 회사로 전화달라고 적혀 있었는데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카톡도 읽지 않는다. 연락이 불가한데 아무런 조치도 받지 못했다”며 “소규모 업체라 그런지 고객 응대나 문제 처리 과정 등 소비자 권리 보호 측면에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하소연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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