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 경합주 위스콘신, 인종차별 항의 시위 진원지로
혼란 우려에도 방문 강행 밝혀…백인표 겨냥 ‘분열 정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찰 총격으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중상을 입은 후 ‘인종차별 항의 시위 진원지’가 된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1일(현지시간)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말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미 전역에서 진행 중인 인종차별 시위를 두고 ‘법과 질서’를 강조해왔다. 이번엔 직접 시위 현장을 찾아 ‘법과 질서 수호’ 구호에 공명하는 지지층 결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CNN 등에 따르면 저드 디어 백악관 부대변인은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화요일(9월1일) 커노샤를 방문해 이 도시가 치유·재건될 수 있도록 돕기를 바란다. 법 집행과 파괴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리더십을 갈망하는 커노샤인들의 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전날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커노샤 방문 계획을 밝힌 직후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커노샤에 오지 말아달라”고 공개서한을 보냈다.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은 “폭력을 선동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커노샤 당국자들도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하면 극렬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도시가 오히려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에도, 방문 강행 뜻을 밝힌 것이다.
이번 방문이 대선후보 공식 지명 행사인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일정이란 점도 눈에 띈다. 보통 전대 후엔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가 나타나기 마련이지만, 이번 전대(24~27일) 이후인 30일 나온 ABC방송·입소스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 호감도는 전주(32%)와 비슷한 31%로 나타났다.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상징성(경합주·시위 현장)을 지닌 커노샤에서 ‘정치적 이벤트’를 기획했다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커노샤 연설에서 시위에 비판적인 지지층을 겨냥해 “법과 질서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커노샤가 대선 경합주인 데다 ‘제조업의 부활’을 상징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16년 대선 때 위스콘신주는 약 2만3000표차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경합주다. 그중에서도 커노샤 카운티는 당시 공화당 후보가 44년 만에, 250표 미만 표차로 승리한 곳이다.
인구가 10만명인 커노샤는 1900년대 초반 토머스 제프리가 자동차 제조 회사를 세우면서 오랫동안 ‘자동차 제조 도시’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2010년 금융위기 여파로 크라이슬러 엔진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5000명 가까이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 10년은 ‘도시의 재건’이 화두였다. 공구회사 스냅온, 산업용품 도매회사 유라인,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등이 커노샤 회생에 기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기인 2017년 4월 커노샤 스냅온 본사를 방문해 “미국산을 사라,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연설을 하는 등 커노샤에 공을 들여왔다.
커노샤 여론은 갈리고 있다. 백인 인구 80%, 흑인 인구 11.5%이지만 백인 빈곤율(13%)에 비해 흑인 빈곤율(33%)이 높다. 그러다보니 구조적 인종차별·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도시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커노샤 시위에서 시위대와 트럼프 지지세력 간 정치적 분열이 심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31일 전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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