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자영업자는 웁니다" 불꺼진 24시간 해장국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현장]30일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음식점 등 영업제한
직원 임대료에 월세 걱정…소득 끊긴 자영업자들은 한숨만


파이낸셜뉴스

30일 서울 종로 한 24시간 해장국집. /사진=윤홍집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에서 10여년간 24시간 해장국집을 운영해온 60대 김모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로 지독한 경영난에 시달리던 김씨는 대출을 받아 월세를 내는 지경이다. 수개월째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음식점 야간 운영이 제한되면서 이제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 김씨는 "밤 장사로 버는 돈이 매출에 30%가 넘는다"며 "이마저도 못하게 되면 폐업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비싼 임대료 어떻게 감당하나"
정부가 30일 0시부터 수도권 방역 수위 강화한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에 준하는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음식점 등의 야간운영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음식점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포장·배달만 가능하다. 또 헬스장, 당구장, 골프연습장 등 실내체육시설과 독서실, 스터디카페의 운영은 전면 금지된다.

이날 종로 일대 음식점들은 매우 침울한 분위기였다. 주말 점심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감이 없는 업주와 종업원은 멍하니 TV만 바라보고 있었다.

15년간 종로에서 설렁탕집을 해 온 40대 백모씨는 "잘될 때는 하루 400만원을 기록하던 매출이 요새는 50만원도 안된다"며 "그나마 일 마치고 밤에 찾아오시는 단골손님이 많았는데 이제는 이마저도 끊기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이 설랑탕집 하나에 사장과 종업원을 포함해 10명의 생계가 달려있다"며 "10년 넘게 함께 일한 직원을 해고할 수 없어서 일주일씩 격주로 순환 근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상인들에 따르면 종로 일대 임대료는 20평(66㎡) 남짓에 500만원이 넘을 정도로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24시간 운영해야 겨우 월세를 감당할 정도라고 말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았다. 특히 설렁탕집과 해장국집 같은 경우에는 하루 15시간 가량 육수를 내면서 야간에도 불 앞을 지켜야 하는데, 손님은 받을 수 없으니 '사서 고생하는 꼴'이라는 조소 섞인 말이 나왔다.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60대 김씨는 "전에는 직원에게 맡기기도 했는데 이제는 손님을 못 받으니 내가 새벽에 나와서 육수를 낸다"며 "야간 운영이 제한되면서 직원까지 내보내는 형편인데, 정부는 자영업자들 도울 생각은 안 하고 뭐 하는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파이낸셜뉴스

30일 서울 종로 일대에 스터디카페와 헬스장, 당구장 등 시설은 문이 닫은 상태였다. /사진=윤홍집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헬스장·당구장·스터디카페 "생계 막막해"

종로 인근에 위치한 당구장, 탁구장, 스터디카페는 방역지침에 따라 모두 운영이 중지된 상태였다. 한 스터디카페에선 학생들이 사물함을 비우고 있었고 업주는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실내체육시설 중 헬스장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이래 꾸준히 타격을 입어왔다. 앞서 3월 24일에도 정부가 2주간 휴업 권고를 내리면서 문을 닫은 바 있다.

헬스장 관계자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시 주춤하면서 그동안 입었던 피해를 복구하는 듯 했지만, 이번 조치를 통해 다시 영업이 중지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헬스장 관리자 40대 곽모씨는 "평소 300명대를 유지하던 회원수가 3월 이후 100명 이하로 급감했다가, 최근에는 250명까지 회복됐었다"며 "하지만 이번에 다시 휴업을 하게 되면서 모두 '이용기간 연기'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용 연기'를 하면 헬스장 사용일수에 포함되지 않아 업주로선 소득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곽씨는 "문제는 이렇게 한번 헬스장을 훑고 지나가면 한 동안 신규회원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당장의 손해보다 앞으로의 피해가 더 걱정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PT센터를 시작한 40대 홍모씨는 4개월 만에 문을 닫게됐다. 홍씨는 당초 문화체육시설에서 외주를 받아 PT강사를 해왔지만 시설이 휴업해 소득이 끊기자 울며 겨자먹기로 PT센터를 차렸다고 한다. 그가 지인과 은행에 빌린 돈은 수천만원에 이른다. 홍씨는 "평생 해온 일이 헬스 트레이너라 어쩔 수 없이 헬스장을 개업했는데 상황이 매우 어렵다"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생계를 유지할 생각하면 앞길이 막막하다"라고 털어놨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