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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취재파일] 코로나 불황, '악' 소리도 못 내고 쓰러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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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드러낸 불평등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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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터널 같은 코로나19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가 힘들지만, 특히 이 시기가 더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코로나19로 경제적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입니다.

코로나 불황이 누군가를 더 짓누르고 있다는 건 통계에서도 드러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전체 소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322만 원으로 5.3%(18만 원)나 줄었습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최대 감소폭입니다. 근로소득뿐만 아니라 사업소득과 재산소득도 모두 줄었습니다.

● 상위 20%는 근로소득 4% 감소, 하위 20%는 18% 감소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저소득층의 현실은 더 참혹합니다. 일용직과 임시직 같은 저소득층일수록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 감소폭이 더 컸습니다. 소득 하위 20%의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18% 감소해 2분기 기준으로 가장 많이 줄었습니다. 반면 소득 상위 20%는 4% 줄어 상대적으로 덜 줄었습니다. 그나마 일자리가 끊기고 수입이 사라진 저소득층이 버틸 수 있었던 건 긴급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정부 지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위 20% 가구의 경우 재난지원금 등이 포함된 공적 이전 소득, 즉 정부 지원금이 83만 3천 원으로 월평균 소득의 거의 절반에 달했습니다.

지난 몇 달 취재 현장에서 코로나 이후 감염보다 생계가 더 걱정이라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에게 전화로 최근의 안부를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대답은 고통진행형이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2월부터 매출이 0이에요. 긴급고용안정지원금에 기댔는데 그것도 석 달이면 끝나니까. 당장 임대료를 못 내서 사무실부터 없앴어요. 우리 같은 사람은 신용 대출도 어려워서 그야말로 돈 나올 구멍이 없어요. 급하니까 지인들 가족들한테 손 내미는 거죠. 근데 이것도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 최근 7개월 소득이 '0'원 수준인 영세자영업자 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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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만능 치트키' 삼아 무급휴직이나 자진 퇴사에 내몰리는 것도 주로 저소득층이었습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고 직원들을 내쫓는 일도 여전히 비일비재합니다. 이를 강요받는 사람 대부분은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거나 고용보험 밖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무급휴직자들은 더 힘든 상황인 거예요. 휴직 중이긴 하지만 회사의 사원으로 남아 있는 거잖아요. 근데 그 사람들이 글쎄 어디 가서... 그리고 나이 육십 먹고 일자리 구하는 것도 힘들고 그냥 답답한 거죠." -아시아나항공 하청업체 소속 무급 휴직 중인 기내 청소 노동자 B씨

원래도 일자리 상황이 불안했던 프리랜서 역시 몇 달째 수입이 끊겼습니다. 두 달 전 취재를 위해 만났던 한 연극 배우는 버티다 못해 요즘엔 건설 일용직이라도 알아보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연하는 사람들은 안 힘들었던 적이 없기 때문에 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달 두 달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기획된 공연들이 기약도 없이 연기되고 있고 수입은 마이너스 아니면 제로예요.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해요. 애들 먹는 거 같은 기본적인 고정 지출이 있는데." - 2월부터 모든 공연이 중단된 20년 차 연극배우 C씨

● 재난의 무게가 다 똑같지 않다는 '진실'

바이러스는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지만, 경제적 울타리가 취약한 사람들은 더 '차별적으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감염보다 생계의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 더 두려운 사람들을 우리가 눈을 돌려 바라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길어지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우리 이웃 중 누군가는 소리조차 못 내고 쓰러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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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희원 기자(jess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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