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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지중해 난민 구조선에 예술가 뱅크시 그림이 그려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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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사회적 약자 옹호 뱅크시, 구조선 '루이즈 미셸'호 재원 지원

스페인 항구도시서 지난달 출발…이미 지중해서 세 차례 구조 활동

연합뉴스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 활동을 벌이는 '루이즈 미셸' 호
[비영리 기구 '시-워치 인터내셔널'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여러 비정부기구(NGO)에서 난민 구조 활동을 벌였던 선장 피아 클렘프는 지난해 9월 편지를 받았다.

자신을 '뱅크시'라고 소개한 이는 "언론에서 당신의 얘기를 듣고 연락을 드린다. 나는 영국의 예술가로 난민 위기와 관련한 몇몇 작품활동을 했다. 분명히 이 돈을 내가 가질 수는 없으니 당신이 새 배를 사는 데 사용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고 알려달라. 뱅크시"라고 적었다.

영국 출신으로 알려진 뱅크시는 전 세계 도시 거리의 건물 외벽에 그라피티를 남기거나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걸어두는 등의 파격적인 행보로 유명하다.

난민과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세력과 자본가 계급을 향한 비판의 메시지로 유명한 그의 작품은 서구의 미술품 시장에서 고가에 팔리기도 한다.

클렘프는 처음에는 농담이라고 생각했지만, 곧 뱅크시가 정치적 입장 때문에 자신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페미니스트이자 무정부주의자인 클렘프는 "해상 구조는 인도주의적 행동이 아니라 반 파시스트 싸움의 일환이다"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클렘프는 뱅크시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도 뱅크시의 개입은 재정적 지원에 한정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자신들이 예술가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만큼 뱅크시 역시 배를 운영하는 데 있어 전문가인 양 행세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클렘프와 오랜 기간 난민 수색 및 구조 활동을 벌여온 선원들은 뱅크시의 후원으로 프랑스 세관당국이 소유했던 31m 크기의 모터 선박을 구입했다.

크지는 않지만 최고 속도 27노트(knots)로 다른 NGO 소유 구조선에 비해 빠른 것이 장점이다.

배 한편에는 구명조끼를 입은 한 소녀가 하트 모양의 구명부표를 던지려는 모습을 묘사한 뱅크시 작품이 그려졌다.

28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스페인 발렌시아 인근 항구도시인 부리아나를 출발한 '루이즈 미셸'호는 전날 중부 지중해에서 곤경에 처한 89명의 난민을 구조했다.

루이즈 미셸 호는 현재 14명의 여성, 4명의 어린이가 포함된 이들 난민을 안전하게 내려주기 위한 곳을 찾고 있다.

구조선은 이번 외에도 이미 두 번의 활동을 통해 105명을 구조한 뒤 NGO 선박인 '시-워치 4' 호로 옮겼다.

연합뉴스

런던 지하철에 스프레이 등을 이용한 작품을 남긴 뱅크시
[뱅크시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뱅크시와 루이즈 미셸 호는 부리아나 항구도시를 출발해 첫 구조를 하기 전까지 이같은 사실을 비밀에 부쳤다. 만약 언론의 주목을 받을 경우 각국 정부에 의해 지중해 구조 활동이 방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루이즈 미셸 호는 지중해에서 난민의 죽음을 막기 위한 시민사회 노력의 일환이다. 이미 다른 NGO 소속 구조선들이 지중해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이탈리아나 리비아 당국 등에 방해를 받고 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500명 이상의 난민이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었으며, 실제 사상자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1만9천500명가량이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나 몰타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7천600명 이상은 리비아 당국에 의해 적발돼 임시 캠프에서 고문과 강간 등을 겪고 있다고 인권 단체들은 주장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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