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손님 확 줄은 백화점·식당·아웃렛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전국으로 확대된 2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쇼핑몰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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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스 때는 그런 게(사회적 거리두기) 있는지도 몰랐어요. 장사한 지 22년 만에 이런 어려움은 처음 겪는다니깐요. 이렇게 3~4개월만 지속하다가는 아예 문을 닫아야 할 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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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만에 가장 어려워”
24일 서울의 한 백화점 식당가 한식당 매장에 칸막이가 설치된 모습. 점심시간인데도 한산하다.추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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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한 백화점 식당가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한기덕(66) 씨는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면서 이렇게 하소연했다. 한 씨는 “평소 이 시간(오전 11시 30분)에는 자리가 꽉 차고 12시에는 웨이팅이 걸려야 하는데 테이블이 듬성 듬성 찬 정도”라면서 “방금도 식당 직원들과 격일제 근무나 오전 오후로 근무시간을 나누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한 씨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같은 시간 해당 층에 입점한 다른 식당들은 테이블이 1~2개만 가동되거나 아예 텅 비어있는 곳도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한 이후 백화점을 찾는 발길도 줄었다. 24일 점심시간 서울의 한 백화점 식당가에 입점한 식당이 텅 비어 있다. 추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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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층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 한식당과 중식당은 한창 점심 시간인 12시에도 넓은 매장이 텅 비어있었다. 평소라면 만석에 대기까지 있을 시간이다. 중식당 매니저인 신 모(38) 씨는 “8월 초 주말만 해도 매출 목표액의 70~73%까지 회복했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 후인 19일 이후엔 목표액의 30~35%를 겨우 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한창이던 3월과 비슷하지만 지금이 더 심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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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집에서 안 나왔다
백화점과 쇼핑몰 등이 타격을 입으면 피해는 입점한 자영업자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진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임대료 격인 고정수수료를 내고 장사하는 이들에게는 유동인구 감소 자체가 매출 감소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테이크아웃 비중이 큰 편인 백화점 푸드코트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큰 백화점 식당가의 피해가 더 크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은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도 빠져 있어 이중고를 겪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한 이후 백화점을 찾는 발길도 줄었다. 백화점 의류 매장의 타격은 특히 더 크다. 24일 서울의 한 백화점 패션 매장엔 고객을 단 한명도 찾을 수 없었다. 추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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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매장 자영업자는 죽을 맛
백화점에선 패션 부문의 타격이 특히 크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전년 대비 매출 감소폭이 가장 큰 장르가 여성(29.0%)과 남성(14.7%)이었다. 이날 찾은 백화점도 의류 매장마다 적게는 20%, 많게는 80% 할인을 내걸고 영업 중이었지만 발길은 뜸했다.
한 백화점에서 남성의류 매장을 운영 중인 김지성(33) 씨는 “직원도 두 명에서 한 명으로 줄였는데, 하필 시즌이 시작할 때 코로나19가 터지거나 확산해서 망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하던 3월엔 SS(봄ㆍ여름) 시즌 의류가 막 선보일 때였고, 8월 현재는 FW(가을ㆍ겨울) 시즌을 앞둔 중요한 시기다. 김 씨의 올해 수입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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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손님 가장 적어"
24일 오후 1시 고속터미널역 파미에스테이션은 점심 시간인데도 방문객의 발걸음이 뜸했다. 배정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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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나들이를 나온 가족 단위 고객이 많았던 교외형 아웃렛이나 쇼핑몰은 백화점보다 피해가 더 크다. 롯데아울렛은 교외형 6곳의 경우 전년보다 매출이 43% 줄었다. 스타필드 역시 방문객 수가 전년보다 35% 정도 감소했다.
24일 오후 1시 파미에스테이션 쇼핑 매장에는 인적이 드물 정도로 한산했다. 배정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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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낮 12시 서울 고속터미널역 파미에스테이션은 한눈에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장사가 한창일 점심시간인데도 대부분 테이블의 반도 못 채웠고, 텅 빈 매장도 적지 않았다. 이곳 카페에서 만난 한 직원은 “지난 주말부터 정말 심각해졌다. 올해 들어 손님이 가장 적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사람이 북적이는 내부는 일단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고속버스로 고속터미널역에 도착해 곧바로 밖으로 향하던 한 대학생은 “에어컨 근처에서 바이러스가 퍼진다는 기사에 어느 식당이든 마스크를 벗는 것 자체가 불안하다”며 “집이나 실외에 있는 게 가장 안전한 것 같다”고 했다.
추인영ㆍ배정원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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