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향한 내부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차기 지도부에서 소장파 역할이 주목된다. 지난 1일 울산에서 열린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참석한 박주민·김부겸·이낙연 당 대표후보(왼쪽부터). /민주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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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론조사 비율 10% 불과…'주류' 위한 목소리 낼 수밖에"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오는 29일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향한 조응천 의원의 내부 비판에 다시 '탈당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당 내부에선 이미 '비전·혁신 부재'를 향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새 지도부 소통에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앞서 조 의원은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전당대회를 향한 무관심과 토론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지난 18일 전당대회를 두고 "3무 전당대회다. '관심'이 없고, '논쟁'이 없고, '비전'도 없다"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내가 대표가 되면 민주당을 이렇게 이끌 것이고, 내가 최고위원이 되면 당은 저렇게 달라질 것이다'라고 하시는 분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며 "우리 당 전당대회를 돌아보자. 분명 비정상이다. 청와대와의 수평적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언급하시는 분이 없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의 비판에 곧바로 '내부 총질자', '검찰 출신'이라는 지적이 따라왔다. 당내에서 소신 발언을 하는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의원들을 함께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최고위원 후보자들 사이에서 '보수가 던지는 프레임에 넘어가면 안 된다'는 반박도 이어졌다.
민주당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한 금태섭 전 의원이 징계를 받았던 상황과 비슷한 일들이 되풀이되면서 당 안팎에선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 전 의원, 조 의원과 함께 '소장파'로 분류되는 박용진 의원은 지난 18일 한 TV 프로그램에서 '조 의원의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물음에 "민주당의 충신은 조응천 의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조 의원이 쓴소리를 했다고 '다른 당으로 가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조 의원 모습. /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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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원래 충언은 거슬리고, 명약은 입에 쓰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게 정말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이 평소답지 않게 왜 그런 글을 써야 하는지 길게 변명 아닌 변명 같은 내용을 썼더라"며 "'고민을 많이 하고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썼구나'란 생각 때문에 충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각 후보들은 향후 2년이 '민주당에 중요한 시기'임을 강조하며 코로나19 극복과 정권 재창출(이 후보), 재보궐선거(김 후보), 한국판 뉴딜(박 후보) 등 대부분 민주당과 정부의 개혁 정책을 언급해왔다. 때문에 전당대회 흥행 부진 원인으로 '당 내부를 혁신하겠다는 이야기가 없다', '청와대와의 관계 설정에 관한 계획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당내에선 이번 전당대회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언택트(untact)로 진행되는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분위기다. 장경태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조 의원께서 당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말씀하신 것 같다. 저같은 경우도 전당대회가 기본적으로 당에 대한 발전 방향이나 혁신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며 "국민께서 원하는 것들을 내놓을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언택트로 조용히 치러지다 보니 아쉬움이 있다. 다만 아쉬움이 있어도 당 차원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과정이었지, (전당대회 자체를) 폄하하거나 비난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의원을 향한 비판 목소리가 거세지자 박 의원은 "조 의원이 진정한 충신"이라고 지지했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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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의원은 "(전당대회가) 밍숭맹숭해서 아쉬움이 있다. 더 적극적으로 우리 당의 혁신과 비전, 국민께 내놓을 정책을 적극적으로 개진하지 못했다"며 "최근 정의당, 통합당의 혁신안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가 조금 더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에 대해 개혁과제를 어떻게 완수할 것인지에 대한 당 대표 후보자들의 비전 제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일각에선 당원·권리당원 투표 비중이 90%를 차지하는 구조적인 상황이 문제란 지적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전당대회 투표에서) 여론조사 비중이 10%밖에 안 된다"며 "당원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그런 비율로 따진다면 당연히 후보들은 당선되기 위해 주류의 마음에 드는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거대 여당이 자꾸 힘을 보여주는 건 좋지 않다"며 "상대를 인정하고 듣는 입장을 취해야지, 일만 터지면 남 탓을 하고 자당이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8·29 전당대회 이후 들어설 새 지도부에선 소장파의 목소리가 반영될지 관심이 몰린다. 민주당은 줄곧 '원팀'을 강조하며 '한 목소리, 한 뜻' 기조를 유지해왔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최근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비판적인 지적도 듣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은 중도층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현재 유력 후보인 이 후보도 정치 캐릭터 자체가 한쪽으로 밀어붙이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세 후보들을 봤을 때) 충분히 당이 바뀔 수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는 문 정부에 쓴소리를 해야 당 지지율이 올라갈 수도 있다. 국민들이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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