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참가국민 비상대책위원회와 사랑제일교회 변호인단 등이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문재인 정권 가짜 방역계엄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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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일부 확진자들이 방역당국 지침과 지자체 행정명령, 공권력 집행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는 사례가 최근 잦다. 진단검사를 거부하거나 자가격리 수칙을 어기고, 방역에 필요한 최소한 자료 제공 역시 거부한다. 유튜브 등을 통해 방역 불신을 조장하는 유언비어도 퍼뜨린다. 특히 정치적 극우성향 집단과 보수 개신교회의 접점에서 이 같은 행위들이 빈발하는 상황이다. 8·15 광복절 집회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행위들로 인해 추가 감염자가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도 있다.
21일 전국에서 산발한 ‘방역 일탈’ 행위를 살펴보면, 이들은 진단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아도 이를 신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일 경기 성남 70대 확진자는 수정구보건소에 “보건소 검사를 못 믿겠다. 병원에서 검사를 다시 받겠다”고 전한 뒤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그를 2시간 만에 분당제생병원 근처에서 발견했고 성남시의료원으로 보냈다. 이 70대는 광화문 집회 참석자다.
지난 18일 경기 포천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교인이자 광화문 집회 참석자 부부 역시 “검사 결과를 못 믿는다”며 인근 병원으로 차를 몰고가 경찰이 출동했다. 이 부부는 그 전날 검체를 채취하러 온 보건소 직원을 껴안고 “왜 우리만 검사를 받느냐” “우리와 접촉했으니 당신도 검사를 받으라”며 침을 뱉는 등 난동을 부렸다.
같은 날 경기 파주에선 사랑제일교회 관련 50대 확진자가 병원을 탈출한 뒤 대중교통을 타고 서울 종로, 신촌 등을 돌아다니다 경찰에 붙잡혔다. 다른 사랑제일교회 교인도 경기 남양주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는 “검사 결과를 못 믿겠다”며 연락을 끊은 뒤, 5시간 만에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발견됐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17일 오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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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공통적으로 공공보건소에 대한 불신을 보였는데, 이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집중 유포되는 ‘가짜뉴스’ 내용에서도 확인된다.
현재 여러 유튜브 계정에 게시돼 20만~30만 조회수를 기록한 이른바 ‘서초보건소 통화 녹취’에선 한 중년여성이 “광복절 집회 참가자 중 보건소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건소에서 양성 판정을 받으면 그 즉시 격리대상이 되기 때문에 병원에 찾아가 다시 검사를 받는 행위 자체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서초구는 이 녹취와 관련해 경향신문에 “잘못된 정보로 비난을 일삼는다면 방역행정의 신뢰도를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최전선에서 일하는 방역 공무원들의 사기를 꺾게 된다”고 밝혔다.
대전시가 이날 “진단검사를 방해하면 반드시 법적조치를 할 것”이라며 공개한 몇몇 방해 사례를 보면,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문자통보는 국민을 겁주고 위축되게 하려는 꼼수 공작’ ‘검사를 받으면 정부가 명단을 파악해 탄압의 데이터베이스가 되니 검사에 응하지 말라’ 등 내용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방역 방해 행위가 실제 감염 확산 등 피해 유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대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지난 12일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하고 14일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지만 15일 서울에서 열린 광복절 집회에 참석했다. 16일엔 대구 서구의 한 요양원을 찾았는데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요양원에서 80대 확진자가 2명 나왔다. 이 요양원은 ‘코호트 격리(기관 봉쇄)’ 조치를 받은 상태다.
20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교인들이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및 행정조사에 항의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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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방역 조치에 필요한 명단 제출 등 정보 제공이나 방역 지침 준수를 거부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잇따르는 실정이다.
이날 강원 춘천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60대는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로 분류됐지만, 교회 방문이나 광복절 집회 참석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 제천에선 60대 목사가 50여명을 인솔해 광복절 집회에 참석했지만, 제천시의 명단 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지난 18일부터는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잠적했다. 이 목사는 이 같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남도는 광화문 집회 현장을 오간 버스 탑승자를 파악하기 위해 버스조합에 탑승자 명단 제출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대상자 중 4명이 아직 정보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특히 사랑제일교회는 지난 20일 방역당국 역학조사 및 행정조사를 거부했다. 역학조사는 감염병 집단 발생 진원지에 대한 필수적인 조치다. 방역당국은 이 교회가 전광훈 담임목사가 누락된 명단을 제출하고, 명단 속 주소불명 등이 수백명에 이르기 때문에 행정조사를 통해 보다 정확한 명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
보수성향 개신교회 연합인 한국교회연합은 지난 19일 소속 교회들에 ‘한교연 긴급 공지사항’을 보내 “한교연에 소속된 교단과 단체는 현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지역 교회의 예배 금지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모든 교회는 정부 방역 지침대로 철저히 방역에 힘써야 할 것이며 우리는 생명과 같은 예배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허남설·박준철·이종섭·류인하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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