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 재연장 없다"…라임 펀드 100% 반환 결정 고민하는 판매사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금융당국이 '라임 펀드 전액 반환' 조정안에 대한 판매사들의 답변 시한을 재차 연장하지 않겠단 방침을 세웠다. 판매사들은 오는 27일까지 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판매사들의 고민은 깊다. 조정안 수용이나 거부 등 어떤 선택도 최선이 아닌 상황에서 키코(KIKO) 분쟁과 같은 시간 끌기 전략을 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라임 펀드 분쟁조정안 답변 시한인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오는 26일이나 27일 이사회를 열어 관련 내용을 처리할 할 계획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오는 27일까지 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아직 이사회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앞서 두 은행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관련 내용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라임 펀드 판매사들의 고민은 조정안을 내 놓은 금융감독원이 답변 시한을 추가로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세웠다는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6월30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금융사고로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판매사들이 원금 전액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라는 분쟁조정안을 내놨다.

결정 근거는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였다. 운용사는 해당 펀드의 손실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사실을 숨겼고, 판매사는 허위로 작성된 투자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설명함으로써 투자자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전액 반환 결정을 받은 판매사는 신한금융투자(425억원, 이하 반환금액) 미래에셋대우(91억원) 하나은행(364억원) 우리은행(650억원) 등 4곳이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분쟁조정 당사자는 조정안을 받은 이후 20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규정에 따라 판매사들은 지난달 27일까지 결정을 내려야 했지만 금감원에 답변 기한을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금감원도 이를 수용해 기한을 한 달 추가로 연장했다.

문제는 판매사들이 조정안 수용 여부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분조위에서 문제가 생긴 금융상품에 대해 전액 반환 결정을 내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라임 펀드와 관련한 운용사와 판매사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본 것이다.

판매사들은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을 판매사가 오롯이 져야한다는 사실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원금 전액 반환이라는 선례를 남기는 것도 부담스럽다. 회삿돈으로 투자자들의 손실을 메워주는 것이 자칫 배임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그렇다고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어렵다. 조정안은 강제가 아니기 때문에 판매사들이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용하지 않을 경우 법정 다툼으로 해결해야 한다.

소송에서 승산이 있다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최종 판결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 등은 감수해야 한다. 특히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은행, 증권사 입장에서 신인도와 평판에 영향을 주는 법정 소송을 진행하기 부담스런 측면도 있다.

라임 펀드의 경우 운용사 못지 않게 판매사의 과실이 어느정도 드러났다는 점에서 법정 소송으로 가더라도 판매사들에 유리한 판결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판매사들이 가장 쓰기 좋은 전략은 시간 끌기다. 비난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결정을 미루면서 금감원에 지속적으로 기한 연장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관련 규정에는 조정안의 수용 시한(20일)은 명시돼 있지만 연장 허용 여부나 횟수 등은 적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금감원은 사안의 복잡성과 적극행정 측면 등을 감안해 조정 당사자가 기한 연장을 요청할 경우 이를 수용해 왔다.

대표적 사례가 외환파생상품 키코 분쟁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키코 상품을 판매한 6개 시중 은행에 대해 키코 피해 기업에 최대 41%를 배상하라는 조정안을 내놨다.

그러나 신한은행, 하나은행, 대구은행 등은 조정안 수락 기한을 5번 연장한 끝에 지난 6월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금감원은 키코와 달리 라임 펀드에 대해선 1번의 기한 연장 외에 추가로 연장하지 않겠단 입장이다. 투자자 대부분이 개인 고객임을 감안할 때 사안을 질질 끌면서 보상을 늦추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오는 27일까지 판매사들이 내려야 하는 결정은 조정안의 수용 혹은 불수용 2가지뿐"이라며 "기한의 추가 연장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판매사들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