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19일 오전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자신이 직접 작성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광주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걸 부정하는 일부 사람들의 어긋남에 저희 당이 엄중하게 회초리를 들지 못했고 정치인들은 편승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그러나 표현의 자유란 명목으로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잘못된 언행에 대해 당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진실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전두환 정권 시절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전력도 재차 참회했다. 그는 "신군부가 만든 국보위에 참여했는데, 그동안 여러 번 용서를 구했지만 다시 한 번 이에 대해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의 화해는 가해자의 통렬한 반성과 고백을 통해 가장 이상적으로 완성될 수 있다"며 "권력자의 진심 어린 성찰을 마냥 기대할 수 없는 형편에서 그 시대를 대표해 제가 이렇게 무릎을 꿇는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5·18 민주 영령과 광주 시민 앞에 이렇게 용서를 구한다"며 "부끄럽고 부끄럽고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이 과정에서 원고를 쥔 손을 벌벌 떨기도 했다. 그는 이후 눈물을 보인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발표문을 읽으며 조금 감정이 북받쳤다"며 "진심 어린 사죄를 하겠다는 심정이었다"고 답했다.
'작은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제 미약한 발걸음이 역사의 매듭을 풀고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사과문을 읽은 뒤 김 위원장은 추모탑 앞으로 이동해 15초가량 무릎을 꿇고 묵념했다. 보수정당 대표가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은 건 처음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위원장은 민주당 비대위원장 시절이던 2016년 1월에도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은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참배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전국 정당이 되려면 호남 민심을 얻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집권을 향하고 있는 정당으로서 우리나라 전체 어느 하나도 소홀하게 할 수 없다"며 "과거와 같은 행태를 반복해선 집권이 불가하다"고 언급했다. 서울시장이나 대통령 후보로 호남 출신을 내세우는 게 어떠냐는 질문에는 "지역과 관계없이 당선 가능성이 있는 가장 유능한 인물을 선택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김 위원장 행보에 대해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역사왜곡처벌법 △진상규명특별법 △5·18 민주유공자예우법 등으로 구성된 '5·18 3법'을 당론으로 추진하라고 압박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당내 토의 과정을 거쳐 추후 밝히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통합당은 일단 5·18 유공자 예우를 강화하는 법안에 대해선 긍정적인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5·18 민주항쟁의 역사적 현장인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을 찾았다가 대학생에게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학생들은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5·18 망언' 논란을 일으킨 당시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을 솜방망이 징계했다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한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 위원장의 광주 행보에 대해 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전두환의 부역자인데 온갖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이제 와서 새삼 이 무슨 신파극인가"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광주 시민과 영령이 전두환의 손자 정당쯤 되는 당신들의 사과를 진정한 사과라고 생각하겠는가"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광주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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