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묘지 찾아 무릎 꿇고 울먹인 김종인 "용서 구한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 앞에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the300]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5·18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에게 참배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통합당의 과오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반성과 이념 대립에서 벗어나 국민 통합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19일 오전 광주 방문 첫 일정으로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았다. 김 위원장과 김선동 사무총장, 김은혜 대변인 등은 희생자 추모탑에 헌화한 뒤 무릎을 꿇고 묵념했다. 보수정당 대표가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은 건 처음이다.

이들은 이어 행불자 묘역을 참배했다. 이름 없는 희생자까지 잊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보수정당 대표가 5·18 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행불자 묘역을 참배한 건 김 위원장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방명록에 '5·18 민주화 정신을 받들어 민주주의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적었다.

김 위원장은 "5·18 민주 영령과 광주시민 앞에 굳이 이렇게 용서를 구한다"며 "부끄럽고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너무 늦게 찾아왔다"고 사죄했다. 이어 "벌써 일백번 사과하고 반성했어야 마땅한데 이제야 그 첫걸음을 땠다"며 "제 미약한 발걸음이 역사의 매듭을 풀고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통합당 소속 일부 정치인들의 5·18 민주화 운동 부정과 망언에 대해 사죄했다. 김 위원장은 "광주에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걸 부정하고 일부 어긋난 사람들에게 저희 당이 엄중한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며 "정치인들이 편승하는 태도를 보였다. 표현의 자유란 명목으로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잘못된 언행에 당을 책임진 사람으로 진실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자신의 과오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김 위원장은 "1980년 5월 17일 저는 대학연구실에 있었다. 시위 중단할 것이란 방송을 듣고 강연에 열중했다"며 "광주 발포가 있었고 희생자가 발생했단 소식은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에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알고도 침묵하거나 눈감은 행위, 적극 항변하지 않은 소극성 역시 적지 않은 잘못"이라며 "역사의 법정에선 이것도 유죄"라며 자책했다.

자신이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것도 사죄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여러 기회를 통해 그 과정과 배경을 말하며 용서를 구했지만, 결과적으로 상심에 빠진 광주시민, 군사정권에 힘든 국민들은 쉽게 용납하기 어려워 한다"며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사죄가 이념 대립을 끝내고 사회 통합의 계기가 된다는 바람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아직도 낡은 이념 대립을 계속하며 사회적 통합의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며 "역사의 화해는 가해자의 통렬한 반성과 고백을 통해 가장 이상적으로 완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력자의 진심 어린 성찰을 마냥 기대할 수 없는 형편에서 그 시대를 대표해서 제가 이렇게 무릎을 꿇는다"며 울먹였다.

(광주=뉴스1) 한산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5·18 민주화 정신을 받들어 민주주의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2020.8.19/뉴스1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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