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냅백' 조치를 통해 대(對) 이란 제재를 복원하도록 하겠다고 한 가운데 이란과 유럽연합(EU)이 미국을 향해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먼저 탈퇴해 스냅백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대응했다.
16일(현지시간) dpa통신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부 장관은 이날 국영매체를 통해 "미국이 2년 전 핵협정을 깨고 나가더니 스냅백을 한다고 한다"면서 "스냅백 절차를 개시할 수 없다는 것은 미국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2018년 5월 기뻐하며 핵협정을 파기했을 때 존 볼턴(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은 핵협정 참가국이 더는 아니라고 선언한 회견문이 백악관 홈페이지에 아직 남아있다"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0월 만료되는 대이란 무기 금수 제재 연장을 위해 자국이 주도한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지난 14일 부결되자 이튿날인 15일 스냅백 조치 발동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스냅백은 이란이 핵협정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완화한 제재를 다시 복원할 수 있는 조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미국이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했지만 협정 참여국으로는 남아있기 때문에 이란이 이 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일 경우 제재 원상 복귀를 강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의 대변인도 이날 "2018년 미국은 일방적으로 이란핵협정을 탈퇴했기 때문에 해당 협정의 참가국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따라서 우리는 미국이 핵협정 참가국을 위해 마련된 절차들을 사용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이란핵협정은 2015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이 이란과 체결한 것으로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감축·동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는 대신 UN, 미국, EU의 핵개발 관련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