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경험 전혀 없는 통일·국방통
김현종과 갈등 벌이다 이동설
일각 “한·중 관계 강화 특명받은 듯”
조세영 차관, 이임식도 없이 떠나
조세영(左), 최종건(右)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조세영(59) 외교부 전 1차관이 이임식도 열지 않고 외교부를 떠났다.
14일 차관급 인사에서 최종건(46) 청와대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이 신임 1차관에 임명되면서 23개월 만에 외교부를 떠나게 된 조 차관은 e메일로 직원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조 차관은 “그동안 동료들과 고민과 걱정, 기쁨을 함께 나눴다. 지난 몇 달 동안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외교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뿌듯했다”고 했다.
외교부는 코로나19 때문에 이임식을 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실 이번 1차관 인사에 대한 내부의 혼란스러운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교부 1차관을 비(非)외교관 출신이 맡은 것은 처음이다. 1차관은 4강 외교를 비롯한 양자 외교를 총괄하고, 인사와 예산 등 내부 조직 관리를 맡는 자리다. 연륜이 있는 외교관들이 그간 1차관에 임명된 이유다.
최 신임 차관은 역대 최연소라는 기록도 세웠다. 외교부 과장·심의관급과 비슷한 연배다.
실력만 있으면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는 반론도 나오지만, 최 신임 차관은 외교업무 경험이 전무하다. 청와대에서도 국방과 통일 분야 관련 업무를 주로 맡았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 결과물인 9·19 군사 합의도 그가 주도했다. 최 차관은 당초 국방부 차관을 희망했으나 국방부가 반대했고, 4선의 원내대표 출신인 통일부 이인영 장관 역시 부정적이어서 외교부로 오게 된 것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 신임 차관과 관계가 껄끄러운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을 유임시키는 대신, 김 차장과 가까웠던 조 차관 자리에 최 신임 차관을 앉혀 ‘균형’을 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차관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기정 전 안보실 2차장과 더불어 현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주축인 이른바 ‘연정(연대 정외과) 라인’의 핵심이기도 하다.
외교가에서는 “한·중 관계 강화 등 청와대 특명을 받고 최 차관이 임명된 것 아니냐” “얼마나 외교부가 만만했으면 이런 인사를 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소식통은 “현 정부로선 문 대통령 임기 내에 남북관계 개선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중국의 지원이 긴요하고 중국 역시 미국의 압박에 맞서려면 우군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미국과 다소 멀어지는 걸 감수하고서라도 시진핑 주석 방한 등을 계기로 한·중 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꾀하는 임무를 최 차관이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다영·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