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 강경기조 속
낮은 단계 협력 우선 제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협력이야말로 핵이나 군사력의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안보정책”이라고 말했다. 남북이 생명과 안전 분야에서 협력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가축전염병과 코로나에 대응하고, 기상이변에 따른 집중호우로 개인의 건강과 안전이 서로에게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자각했다”며 “남과 북이 생명과 안전의 공동체임을 거듭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안보이자 평화”라며 ‘방역 협력과 공유 하천의 공동관리’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코로나19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으로 방역 협력 논의가 요구되고, 폭우로 재난재해 공동 대응이 시급해졌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북한의 대남 강경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북제안을 내놓기보다는 ‘낮은 단계의 협력’부터 우선 성사시키겠다는 구상으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또 “보건의료와 산림협력, 농업기술과 품종 공동연구로 코로나 시대 새로운 안보 상황에 더욱 긴밀히 협력하며 평화 공동체, 경제 공동체와 함께 생명 공동체를 이루는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전쟁 위협을 항구적으로 해소하며 선열들이 꿈꾸었던 진정한 광복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며 “남북이 합의한 사항을 점검하고 실천하면서 평화와 공동번영의 한반도로 나아가겠다”고도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경축사에서 ‘남북’이란 단어를 8번 사용했지만 ‘북한’이란 단어는 한 번도 쓰지 않았다. 한반도·남북관계 분야가 전체 경축사에서 차지하는 분량도 이전보다 줄었다. 이는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미 모두 북·미 간의 실무협상 조기 개최에 집중해야 할 때” 등 북한에 직접적으로 대화 메시지를 보낸 것과 대비된다. 북·미 협상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까지 동력이 붙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남북관계도 당분간 경색 국면을 벗어나기 힘든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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