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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시위대 나체사진 찍고, 감옥엔 피가 낭자" 벨라루스 경찰의 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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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3일(현지 시각) 벨라루스의 한 임시 수용소에서 구금됐던 시위대가 풀려나고 있다./타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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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선거 논란으로 시민들의 대선 불복종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구 소련 국가 벨라루스에서 현지 경찰이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시위대가 구금된 감옥에서는 고문이 자행된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신문에 따르면, 루카셴코 정권은 시위대에 대해 광범위한 학대와 고문을 일삼고 있었다. 진압과정에서 전투경찰이 폭행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구금 후 교도소 등에서 고문을 일삼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31세 시민은 선거 당일인 9일 전투경찰을 촬영했다가 구금됐다. 그는 4인 정원 감옥에 수감됐는데, 이곳에 21명이 있었다. 이틀 동안 음식 없이 물만 받아서 마셨다고 한다. 또 감옥에서는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며, 결국 허위로 죄를 자백하는 진술서를 쓰고 풀려났다.

하지만 석방도 그냥 시켜주지는 않았다. 석방 직전 경찰관들은 그에게 바닥에 누우라고 한뒤 곤봉과 주먹으로 전신을 마구 때렸다고 한다. 폭행이 끝난 뒤 한 경찰관은 “나는 당신이 더 이상 어떤 혁명도 필요로 하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시위 도중 구금된 아들을 찾기 위해 남편과 함께 시위 현장을 찾았다고 구속된 경영컨설턴트 크리스티나 역시 구금돼 가혹행위를 당했다. 그가 구금된 감옥에서는 남녀 10명씩을 모아 옷을 모두 벗게 한뒤 무릎을 꿇게 했다. 이들에 대해 카메라로 촬영을 한 뒤 이후 폭행이 이어졌다. 다른 감옥에서는 17세 여학생과 부모가 구금됐는데, 여학생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를 경찰이 폭행하기도 했다.

매 맞는데는 언론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가디언은 많은 언론인들이 신원을 인정받은 뒤에도 계속 공격을 당했다고 전했다. 폴란드 언론인 얀 로만은 그로드노에 있는 경찰서에 취재차 가서 신분을 밝혔지만, 그 자리에서 경찰관에게 발길질로 얼굴을 공격당해 치아 4개가 부러졌다. 그는 이후 24시간 구금된 뒤 벌금형을 받고 석방됐다. 러시아 인터넷신문 ‘즈낙’의 니키타 텔리젠코 기자는 수도 민스크의 구금됐을 당시 “감옥에는 피가 낭자했고 바닥에 쌓여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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