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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임대차법에 전·월세 씨 말라…무주택자 보호는커녕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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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때 건교부 장관 지낸 최종찬

부동산 감독기구 만든다는데

정부가 중개소 돌겠다는 건가

도심 고밀 재건축한다는데

이익 환수하는데 누가 참여하나

강남 집값 잡기 올인하는데

벤츠보다 쏘나타 값 안정시켜야

서울 외곽에 신도시 만든다는데

도심 노후주택 많아, 재개발이 답

중앙일보

최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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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이 충분히 있어야 임차인이 보호된다. 그런데 ‘임대차 3법’의 국회 통과로 민간 임대주택 공급이 끊겼다. 앞으로 무주택자가 임대주택을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최종찬 전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은 1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 전 장관은 “임대주택 공급 부족의 피해는 고스란히 무주택자에게 전가된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감독기구’ 설립에 대해선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일일이 돌아다니겠다는 거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전 장관은 지난 4일 정부가 내놓은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은 실효성이 별로 없다고 봤다. 그는 “용적률 상향에 따른 이익을 정부가 거의 다 가져가는데 민간에서 누가 참여하겠나”라고 되물었다. 이번 정부 대책에 포함된 공공참여형 고밀도 재건축 사업(5만 가구)을 겨냥한 것이다. 최 전 장관은 주택을 효과적으로 공급하려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최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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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신행정수도건설 국정과제 회의장에 입장하는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오른쪽)의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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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한다면.

A : “정부 간섭이 지나치다.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정부 규제를 과신한다. ‘탐욕스러운 시장’을 ‘선량하고 전지전능한 정부’가 나서 교정한다는 식이다. 그 결과 수요 억제책과 과잉 규제만 남발하고 있다.”

Q : 임대차법 통과 후 여당은 “국민이 집의 노예로 사는 것을 벗어난 날”이라고 했다.

A : “4년간 임대를 보장하고 전·월세 가격 인상은 5% 이내로 제한하니 언뜻 임차인이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임대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최초 임대 계약 때 4년간 올릴 가격을 한번에 올릴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 부담도 임차인에게 전가할 것이다. 임차인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다.”

Q : 임대차법의 가장 큰 문제는 뭔가.

A : “민간 임대주택의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에서 자가 보유 비중은 50% 수준이다. 취업·이직·진학할 때 곧바로 집을 살 수 없는 서민이 태반이다. 전·월세 임대주택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부는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를 투기의 주범으로 여기고 씨를 말리려 하고 있다. 임대주택이 충분히 있어야 경쟁을 통해 전·월세 가격이 안정된다. 그런 임대주택을 누가 공급할 것인가. 정부가 100% 도맡아 할 수 있겠나.”

Q : 정부가 주택공급 대책을 내놓기는 했다.

A : “공급으로 관심을 돌린 건 진일보했다. 그런데 효과는 의문이다. (공공참여형 재건축에) 민간에서 누가 참여하겠나. 정책 입안자 본인이라면 참여하겠나. 한 번이라도 민간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다면 이런 정책을 내놓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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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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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도하게 오른 부동산 가격의 하향 조정을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A : “현 정부는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 집값 잡기에만 골몰한다. 정작 서민 생활과 직결된 전·월세 가격 안정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자동차로 치면 부자가 사는 벤츠 가격에 개입할 필요가 있나. 중산층이 많이 사는 쏘나타 가격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

Q :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감독기구 설립을 거론했다.

A : “감독기구로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건교부 장관을 지낸) 나도 이해가 안 가는데 국민이 어떻게 이해할까. 부동산 감독기구를 만든 국가를 본 적이 없다. 참모진의 급진적 발상인 듯한데, 정상적인 정책이 아니다.”

Q : 여권은 부동산 가격 폭등의 책임을 과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돌린다.

A : “현 정부가 들어선 지 3년이 지났는데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나. 현재의 집값 폭등은 공급 확충 시그널(신호)이 없어서다. 1980년대 급등한 주택 가격은 90년대 들어 안정세를 보였다. 분당 등 5대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건설계획 발표로 시장에 공급 확대에 대한 확신을 줘서다. 당장 아파트가 들어서는 게 아니더라도 공급을 충분히 한다는 시그널을 주면 된다.”

Q : 부동산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A : “결국 공급이다. 그런 차원에서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성역으로 놔둬서는 안 된다. 재개발· 재건축 확대는 일시적으로 주택 가격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을 늘린다는 신호를 준다. 그러면 가격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Q : 정부도 신도시 조성 계획을 밝혔다.

A : “과거에는 재개발 여건이 안 돼 불가피하게 신도시를 지었다. 요즘은 재개발해야 할 주택이 많아 이를 활용하는 게 합리적이다. 어차피 서울에 낡은 주택이 많아 머지않아 재개발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공급 대책으로 서울 외곽에 멀쩡한 땅을 갈아엎어 신도시를 건설한다. 일본의 경우 이미 신도시가 공동화했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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