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21대 총선백서 공개…다음 선거 '쓴 약' 될까?

5시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미래통합당은 오늘(13일) 4월 총선 백서를 공개했습니다. 총선 이후 꾸려진 백서특별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인데요. 황교안 전 대표의 책임에 대해선 상당히 뼈아프게 지적했다고 하는데요. 황교안 전 대표가 이걸 보면 상당히 충격을 받을 것 같은데, "당 대표가 정치에 입문한 경력이 일천하고 선거 경험이 없어 당을 장악하는 능력과 강력한 리더십이 부족했다" 이런 내용이 담겨있는 모양입니다.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정종문 반장이 소개하겠습니다.

[기자]

[넵! 정종문입니다 ([기자님 안녕하십니까~ 미래통합당 제21대 총선 백서 제작특별위원회서요~) 네. 이번 총선을 냉철하게 분석하고자~ 국회 출입기자 여러분들의 고견을 듣습니다~ 기자님 바쁘신데 잠~깐 통화가 가능하실까요?]

지난달 초 이런 전화를 받았습니다. 미래통합당 총선백서특위가 꾸려진 뒤에 정당 출입기자 200여 명에게 전화를 돌린 겁니다. 마감에 쫓기는 중이었지만,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여당보다 많은 의석을 얻을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한 적이 있습니까? 있다 VS 없다]

[없어요]

[없으셨고요~]

나중에 결과를 받아 보니 출입기자 72%는 선거에서 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재밌는 건 후보자의 71%는 선거에서 이길 것으로 봤다고 하네요. 통합당이 추린 선거 패배 이유는 10가지였습니다.

[1) 강력한 대선 후보군 부재, 2) 국민을 움직일 공략 부족, 3) 선거 중간 막말 논란, 4) 중앙당 차원의 효과적인 전략부재, 5) 최선의 공천이 이루어지지 못함, 6)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 부족, 7) 40대 이하 연령층의 외면, 8) 대선 이후 이어진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 9) 정부·여당의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 10) 코로나 방역 호평에 따른 대통령 긍정 평가 증가]

[여러 개 해도 되죠?]

고르기가 어려웠는데 저도 3개를 골라서 답했습니다. 이렇게 출입기자단 설문을 거치고 이후에 자체 회의, 간담회 등을 거쳐서 한 달 만에 미래통합당 '21대 총선 백서'가 오늘 공개됐습니다. 목차는 조금 전 설명드린 10가지 총선 패배 원인입니다. 백서특위는 "기자들이 많이 고른 순서대로 백서 목차를 구성했다"고 합니다. 기자들이 많이 고른 건 첫째 중도층 지지를 회복하지 못했다, 둘째 막말 논란이 선거를 망쳤다, 셋째 공천도 잡음이 심했다는 겁니다. 사실 이 세 가지는 요인엔 인과 관계가 있습니다. 당 대표와 후보들의 발언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공천도 매끄럽지 못한 정당에 중도층이 표를 던지긴 어렵겠죠.

[황교안/당시 미래통합당 대표 (4월 1일) : (n번방에서) 범죄를 용인하고 남아있었거나 또한 그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처벌대상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호기심에 의해서 이 방에 들어왔는데 막상 보니까 적절하지 않다 싶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교안/당시 미래통합당 대표 (4월 2일) : 투표용지, 비례 투표용지 보셨습니까? 아직은 뭐 잘 못 보셨지만 마흔 개 정당이, 마흔여 개의 정당이 쭉 나열이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키 작은 사람은 이거 자기 손으로 들지도 못해요.]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당 대표의 실언 논란이 전체 선거판을 흔들어놓는 동안, 각 지역구 후보자들은 더 센 막말 논란에 휘말리며 유권자들로부터 멀어집니다.

[김대호/당시 미래통합당 서울 관악갑 후보 (4월 6일) : 30대 중반부터 40대는 그런 걸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태어나 보니까 어느 정도 살 만한 나라가 됐고, 이분들의 기준은 유럽이나 미국 뭐 일본쯤 되는 거 같아요. 그런데 30대 중반에서 40대는 논리가 아닙니다. 그냥 막연한 정서입니다. 그냥 무지와 착각입니다.]

[김대호/당시 미래통합당 서울 관악갑 후보 (4월 7일) : 장애인들은 다양합니다. 1급, 2급, 3급, 4급, 5급, 6급 다양하고요.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됩니다.]

[차명진/당시 미래통합당 경기 부천병 후보 (4월 8일) : 혹시 OOO 사건이라고 아세요? OOO 사건.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백서특위는 그 이후 당 지도부, 그리고 선대위의 대응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결국 후보들의 막말 논란과 관련해 당 지도부가 보여준 미온적인 대처와 공감능력 부재도 많은 이들로부터 질타를 받기에 충분했다"고 썼네요. 그러면서 백서특위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수많은 막말 논란이 있었는데 이걸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공천 번복하는 등 매끄럽지 못한 공천 과정도 이번 총선의 패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민현주/전 새누리당 의원 (3월 13일) : 황교안 대표는 이 사태의 최종 책임자입니다. 자기 측근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자기 측근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당을 도로친박당으로 만들었습니다.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수도권 선거를 망치고 보수정권 재창출의 기회를 망쳐버린 책임은 바로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공관위에 있음을 전 분명히 밝힙니다.]

전략공천 지역에 새로운 인재를 발탁했다가 뒤늦게 문제제기가 나오면서 공천관리위원장이 사퇴하는 해프닝도 있었고, "공천이 아니라 사천"이라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김형오/당시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3월 13일) : 우선 추천 지역으로 정해졌던 강남병의 김미균 후보에 대해서 추천을 철회합니다.]

[심재철/당시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3월 16일) : 돌려보낸 게 아니라 최홍 씨 같은 경우는 (공천) 무효가 되었습니다.]

이런 공천 잡음은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서 훨씬 더 심하게 나타났습니다. 선거를 한 달 앞두고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내놓은 비례대표 공천 명단에 미래통합당 지도부가 반발하면서 한선교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가 사퇴하고 새 지도부가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한선교/당시 미래한국당 대표 (3월 19일) : 참으로 가소로운 자들에 의해서 저의 정치인생 16년의 마지막을 정말 당과 국가에 봉사하고 정말 무언가 좋은 흔적을 남겨야겠다는 저의 생각은 막혀버리고 말았습니다. 한 줌도 안 되는 그 야당의 권력을 가지고 그 부패한 권력이 참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저의 개혁을 막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미래한국당 대표직을 이 시간 이후로 사퇴하겠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3번이나 공천이 반복되면서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줬다는 겁니다. 총선백서는 "공천은 당의 선거전략을 구현하는 작업인데, 젊은 세대와 중도층 접근에 초점을 맞추는 데 실패했다"고 반성했습니다. 이번 총선백서는 대체로 사실 위주로 담담하게 쓰였는데, 유독 튀는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당 대표도 정치에 입문한 경력이 일천하고 선거 경험이 없어 당을 장악하는 능력과 강력한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며 황교안 대표에 대해 혹평한 부분입니다. "통합당 내부에서는 총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전략 부재'와 '소통 단절'을 꼽으며"라는 부분도 황 전 대표를 겨냥한 부분입니다.

이번 총선백서를 두고 당 내부에선 평가가 엇갈립니다. 제가 직접 백서특위 관계자와 통화를 해봤는데 "특정 지역, 그리고 특정인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들 이름이 언급되는 건 당사자에게 너무 가혹하기 때문에 결국 뺄 수밖에 없었다"면서 다만 "백화점식으로 나열됐다는 비판도 일정 부분 수용한다"고 말했습니다. 패배 책임을 정확하게 가려서 다음 선거의 반면교사로 삼자는 백서, 과연 미래통합당은 이 백서에서 말하는 방향대로 변하고 있는지 잠시 후 짚어보겠습니다.

오늘 발제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통합당, 총선 백서 공개…다음 선거 '쓴 약' 될까? >

(화면제공 : 현대HCN)

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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