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4대강 또 다시 정쟁화
"합천창녕보, 홍수에 부정적 영향 줘"
"섬진강 제방 무너진 것은 강수 때문"
여야, 자신들에 유리하게 해묵은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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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환경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단 브리핑을 자청했다. 여야 정치권과 환경단체들이 뒤엉켜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용성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와중에 환경부가 여기에 직접 가세한 것이다.
환경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명박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4대강 사업 효용 입증’ 주장의 상당 부분을 질의응답(Q&A) 형태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4대강 보(洑)가 홍수 조절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할 기회”라는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 지시가 있기 무섭게 환경부가 사실상 결론부터 내놓고 논란의 한 복판으로 뛰어든 것이다.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진 장마가 채 끝나기도 전에 물 관리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정치적 논란에 동참하며 객관적 실증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환경 분야의 한 전문가는 “엄중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정치화시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편하다”면서 “결국 전문성을 갖춘 학자들은 나서지 않을 것이고, 비전문가들이 나서서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부는 집중호우로 낙동강 합천 창녕보에서 260m 상류에 있는 제방이 유실되며 홍수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정밀조사를 통해 제방 붕괴 원인을 분석할 계획”이라면서도 “(2018년) 감사원 감사 결과 등에 따르면 보는 홍수위를 일부 상승시켜 홍수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4대강 사업에 따른 보 설치로 높아진 수압을 견디지 못해 제방이 무너졌고 이로 인해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는 여당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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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과 함께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섬진강 제방이 무너져 남원·구례 지역에 피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서도 “(섬진강이) 4대강 사업에서 누락돼 홍수 피해가 가중됐다기보다 계획빈도 이상의 강수 때문”이라고 사실상 결론을 내버렸다. 4대강 사업이 이뤄진 본류 지역에서 홍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4대강 사업 이전에도 홍수 피해가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 정치권은 해묵은 4대강 정쟁에 골몰하고 있다. 여야는 보고 싶은 부분만 보며 정당성을 입증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문재인 정부, 이래도 4대강보 부술 겁니까?’라는 글을 통해 “4대강 사업이 없었으면 이번에 어쩔 뻔 했느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4대강 사업 끝낸 후 지류 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발끈해 반박을 쏟아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에 “4대강은 홍수와 가뭄대비를 핑계로 대운하를 만들려는 대국민 사기극이자 아름다운 국토를 난도질한 환경범죄일 뿐”이라고 성토했다. 같은 당 신정훈 의원도 “낙동강 유역의 홍수도, 영산강 유역의 홍수도 전부 잘못된 4대강 사업의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고 거들었다.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의원은 “소하천과 개천은 두고 밑(본류)에만 (정비를) 했다. 마치 계단을 물청소하면서 아래부터 물청소하면서 올라가는 것과 똑같다. 그렇게 하면 해도 해도 끝이 없다”며 “위에서부터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세종=한재영기자 조지원·김인엽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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