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단행설이 있었다는 청와대 인사가 이 시기로 앞당겨진 직접적 계기는 단연 부동산 민심 악화였다. 최근 상황에 대해 종합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집단사의를 밝힌 거라는 청와대 설명에서 "최근 상황"은 바로 그거라고들 모두 이해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공약하고도 지키지 못한 청와대 비서관급 참모진 다주택 매각은 누적된 부동산 정책 불신 가중, 여당의 입법 독주, 그 밖의 여러 악재와 겹쳐 민심 이반을 가속했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사표 낸 여섯 명 중 노 실장과 김조원 민정, 김거성 시민사회, 김외숙 인사 수석 등 네 명이 다주택자로 나타나 계속해서 여론의 입길에 올랐다. 맞물려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와 여당 지지율은 가파른 내리막 레일 위 롤러코스터처럼 동반 낙하하며, 여권을 현 정부 들어 가장 힘겨운 국면으로 몰아넣고 있다. 누가 봐도 이번 인사가 분위기 쇄신용으로 비치는 것은 그래서다.
언제나 그렇듯 인사는 만사이고, 대통령 고위 보좌진의 인사는 그 자체로 주요 국정 메시지다. 그 점에서 이번 인사는 파격과 반전보다는 국정 안정과 연속성에 가중치를 둔 모습이다. 어느 경우든 관건은 발탁된 인물들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일 것이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최재성 전 의원이다. 속칭 친문(친문재인) 주류로 분류되는 그가 여야 협치와 상생을 위한 가교 역량을 발휘하리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대결 일변도를 부추기는 차기 대통령선거를 앞둔 거여-소야의 의회 구도와 최근 두드러진 여당의 입법 속도전을 고려할 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최재성 정무수석을 비롯한 신임 참모들은 그저 분위기 한번 새롭게 하자는 데서 그치지 말고, 임기 후반 청와대의 자세를 다듬으며 심기일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옳다. 등 돌린 민의는 정책 불신 탓이 큰데, 왜 청와대 정책실과 관련 정책의 주무 장관 아닌 비서실이 책임을 지는 거냐는 추궁이 있다는 것을 유념하면서 적절한 해답을 찾는 것도 과제다.
무엇보다 직(職)이 아니라 집을 택했다는 식의 조롱을 떨쳐내고, 더는 웃음거리가 되지 않게끔 조직 기강을 잡고 국정 중심을 세워야 한다. 그러려면 냉철한 정세 이해와 상황인식을 가지기 위한 균형감각 무장이 첫 번째다. 이게 결핍되면 대통령 보좌는 시작부터 잘못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국민과 공감하는 데 필수다. 집권 말기 구습인 끝물 보은인사 잔치가 없다면 마지막 참모진이 될 이들에게 두 번째로 절실한 건 할 일과 못 할 일을 다시 정리하고 할 일에 진력할 능력이다. 집중할 국정과제를 가리는 것 자체가 난제이니 숙의가 요구된다. 새로운 일보다 벌여온 일의 결실을 중시하는 임기 후반임을 고려하여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게끔 만기친람식으로 국정에 개입하는 감독이나 코치형 청와대가 아니라 행정부와 의회의 사무를 조율하고 북돋우는 주치의 또는 치어리더형 청와대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뢰가 없다면 바로 설 수 없다고 했다. 국민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하는 공명의 대통령 메시지와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정책 불신을 불식하는 것은 가장 급한 과제 중 하나다. 코로나 리스크 속에 집값 불안에다 물난리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의 삶은 고단하다. 이런 때일수록 필요한 건 공감하고 소통하며 더 잘하겠다며 함께하자고 하는 '내 책임' 태도다. 설사 일부 진실을 품은 언급일지라도 이 모든 어려움은 다 지난 정부 때문이라며 '남 탓'을 하는 순간 지지율은 더 떨어진다는 점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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