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베이루트서 수천명 反정부 시위…“정권 타도” 외쳐
유혈사태로 번지며 238명 부상·1명 사망
레바논 총리 “10일 정부에 조기총선 제안할 것”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8일(현지시간) 수천명이 도심 순교자광장에 모여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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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레바논 베이루트 폭발 참사 이후 성난 민심이 정부로 향했다. 연일 정부의 부정부패와 무능함을 규탄하는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는 유혈사태로 번지며 수백명이 다치고 1명이 숨졌다. 사망자까지 발생하자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조기 총선을 제안하며 수습에 나섰다.
8일(현지시간) CNN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수천명이 도심 순교자광장에 모여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정권 타도 구호를 외치며 지난 4일 베이루트항 인근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당시 폭발 사고로 최소 160명이 사망하고 6000명이 넘게 다쳤다. 25만명이 이재민이 됐으며 실종자도 60여명에 달한다.
시위는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인재(人災)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격화됐다. 6년간 항구에 방치돼 있던 2750톤의 질산암모늄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폭발성이 강한 물질을 부실하게 관리해 발생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레바논 정부문서에 따르면 사고 6개월 전 질산암모늄을 옮기지 않으면 베이루트 전체가 폭파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다. 레바논 세관당국이 폭발물질을 처리하기 위해 베이루트 법원에 다섯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이를 사법당국이 방치했다는 것이다.
수년째 정치·경제 혼란이 지속되고 있던 차에 폭발 사고까지 일어나면서 민심이 폭발했다. 정부가 시위 진압에 나섰지만 가족과 친구, 연인은 물론 삶의 터전마저 잃어버린 슬픔을 억누르지 못했다. 시위대는 미셸 아운 대통령의 초상화를 불태우고, 외무부, 환경부, 경제부, 에너지부 등 정부 부처를 습격했다. 또 레바논은행연합회를 점거해 건물을 불태웠다.
최루탄과 고무탄으로 무장한 경찰이 진압에 나섰지만 시위대는 돌을 던지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경찰 1명이 시위대에 쫓기다 건물 승가기 통로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레바논 적십자는 시위대 및 경찰이 최소 238명 다쳤다고 전했다.
반정부 시위가 유혈사태로 벌어지고 사망자까지 나오자 디아브 총리는 이날 TV 연설을 통해 “10일 의회 선거를 조기에 치르자고 정부에 제안하겠다”고 발표했다. 레바논에서는 지난 2018년 5월 총선이 9년 만에 실시됐으며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와 그 동맹이 전체 128석 중 과반 의석을 차지해 승리했다.
디아브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올해 1월 헤즈볼라의 지지를 받아 출범했지만, 경제 회복이나 개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디아브 내각 이전에도 레바논은 이미 수십년간 이어져 온 내전과 정치불안, 테러 등에 몸살을 앓아왔다.
특히 경제는 오랜 기간 부패와 잘못된 국정운영으로 최악의 위기 상황에 놓였다. 국가부채율은 157.81%로 전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높다. 화폐가치는 지난 10개월간 약 80% 추락했고 실업률과 물가는 급등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11월 레바논 인구 절반이 빈곤선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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