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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청와대 민정·한상혁, '비판 지식인'에 전화 압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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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문재인 정권을 공개 비판해 온 한 민변 출신 변호사가 "MBC의 한동훈-채널A 기자 녹취록 보도 몇 시간 전에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거니 제발 페북을 그만두라'는 호소 전화를 받았다"고 폭로하며 전화 상대방을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는,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라고 밝혀 파란을 예고했다. 미래통합당은 통화 상대방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규정하고 자진 사퇴 또는 대통령의 해임을 촉구하는 등 공세에 나섰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6일 오전 기자 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불법행위를 조속히 조사해, 불법이 있으면 즉각 해임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통합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도 "불법 당정청 회의에, 법조인 회유·협박이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한 위원장은 사퇴하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어제 권경애 변호사가 MBC 보도 직전에 민정실로부터 '입을 다물라'는 압박성 전화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당시 통화 내용에서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것이고 보고가 곧 나갈 것이니 제발 페이스북(에서 하는 정부 비판)을 그만두라'는 압박을 받았다며 (통화 상대방은) '매주 대통령 회의에 참석하는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라고 했는데, 이게 누군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분이 이런 일을 했다면 공권력의 범죄 행위"라며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 이런 일을 했다면 그야말로 '권언유착'이 아닐 수 없다. 사실이라면 방송의 공정성·독립성이 저하·훼손될 뿐 아니라 국가 권력 시스템을 사유화하는 중대한 국기문란에 해당한다"면서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명백히 밝혀져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통화 상대방은) 증거를 통해 밝혀져야 할 일"이라며 "방통위 쪽이라면 방송 중립을 지켜야 할 방통위원장이 직접 검언유착이 아닌 권언유착의 핵심 역할을 했다는 것이고, 대통령을 직접 보좌하는 분이라면 그 또한 민정실이 방송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검언유착으로 몰아가려 사전 작업을 한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중 의원도 "방송통신위원장이 3월 31일 보도 시점까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한 위원장이 ('사전 작업'의) 한 축이거나 주도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검찰 등 관계 기관은 조속히 한 위원장 휴대폰을 압수하는 등 이번 사건의 내막, 배후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며 "통합당 과방위원들은 한 위원장 사퇴와 검찰의 공정 수사를 촉구한다. 상임위 차원 긴급 현안질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권경애 변호사는 SNS에 쓴 글에서 "조국 법무장관 임명 당일 '김오수 법무차관과 이성윤 검찰국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 구성을 제안했다'는 보도를 보고 '<스카이 캐슬>이 끝나고 <하우스 오브 카드> 시작이냐'는 간단한 글을 올렸다"며 "(그러자) 5분도 채 지나기 전에 민정에서 전화가 왔다"고 했다.

<스카이 캐슬>은 교육 문제를 소재로 한 한국 드라마이고, <하우스 오브 카드>는 정치권의 부패와 권력다툼 등을 다룬 미국 드라마이다.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국면에서는 자녀 교육 문제가 이슈가 됐고, 취임 이후에는 법무부와 대검 간의 갈등이 이슈였다. 권 변호사는 민변 소속이지만 '조국 사태' 당시 정권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고, 이후 거리를 둬 왔다.

권 변호사는 '민정'과의 통화를 "정부의 검찰 개혁안에 대한 적극적 응원이 의심으로 바뀌었던 변곡점"으로 표현하며 "그 후 꽤 유혹적인 회유의 거래 제안도 왔었고, 입을 다물라는 직접적인 경고와 압박도 꽤 여러 차례 있었다", "나 하나쯤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것은 일도 아니겠구나 하는 두려움을 느꼈다", "이명박-박근혜 시절에도 없던 압박과 공포였다"고 적었다.

특히 그는 문제의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것이고 곧 보도가 나갈 것'이라는 내용의 통화에 대해서는 "날 아끼던 선배의 충고로 받아들이기에는 그의 지위가 너무 높았다.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는,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니"라며 "그 전화에 대고 나도 거의 울먹이듯 소리를 지르며 호소했다. 어떻게 '촛불정부'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그리고 몇 시간 후 한동훈 보도가 떴고 그 전화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그리 필요치 않았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권 변호사의 사법연수원 3기수 선배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예정했던 기자회견 대신 서면 입장문을 내고 "(내가) 권 변호사와 MBC 보도 직전에 통화했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통화 시각은 MBC 보도가 나간 후 1시간 이상 지난 9시 9분"이고 "통화 내용 또한 MBC 보도와 관련 없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한 위원장은 "허위사실을 기초로 MBC의 보도 내용을 사전 인지하고 있었다는 등의 추측성 보도는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것"이라며 "조선, 중앙의 보도는 물론이고, 같은 내용의 허위사실을 적시한 이후의 보도에 대해선 엄정한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그러나 MBC 보도 사전 인지 논란을 떠나, 한 위원장이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권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비판적 글에 대해 언급했다면 그 자체로도 부적절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당, 민주당發 '공수처 압박'에 무대응 일관…장외투쟁엔 거듭 선그어

한편 주 원내대표는 전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통합당이 자당 몫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위원을 인선하지 않으면 나머지 위원들만으로 강행하겠다'는 취지의 압박성 발언을 한 데 대해 "답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주 원내대표는 "이미 당 입장은 정리해 말씀드렸고, 민주당이 자꾸 판을 벌리는 데 따라가는 것 자체가 민주당의 의도(에 말리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 질문에는 답을 안 하겠다"고 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도 이날 비공개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협박성으로 얘기한 건 우리가 별로 관심이 없다"고 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다.

김 비대위원장 등 통합당 수뇌부는 향후 대여 투쟁에서 무게를 원내에 둘 방침임을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소수 의석을 차지한 당으로서 다수에 대한 저항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야당이 무력하게 보일지라도 의회민주주의에서 더 이상의 다른 방법은 없다. 의원 개개인이 토의 과정을 통해 실상을 제대로 지적해 국민들께서 알 수 있게 하는 방법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도 기자 간담회에서 "언론에서 '여당은 무도했고 야당은 무기력했다'고 하는데, '야당 무기력'을 틀린 말이라는 취지의 말씀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있었다"며 "무기력하다는 비판을 안 받으려면 장외 투쟁을 하든 의사진행을 막든 해애 하는데, 지금 국민의 국회를 보는 눈이 많이 바뀌었다. 내용, 본질에 들어가 정확히 지적하는 게 필요하지, 무기력하다는 지적 때문에 의사진행을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장외투쟁은 국민 분노가 임계점에 달할 때 하는 것이지, 지금은 폭우 피해도 있고, 휴가철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있어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당 혁신 방향에 대해 "‘약자와의 동행’을 해나가야 한다"는 방향을 재강조하고 "지금의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만) 기득권을 옹호하는 모습에서 탈피해야 한다. 계속 변화하지 않으면 기회는 오지 않는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포용국가, 포용성장을 이야기했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도 했다.

이와 관련, 혁신의 일환으로 다선 의원의 출마 제한 등을 당헌당규에 명시하자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취재진이 묻자 김 위원장은 "정강정책 안에 의원 임기제한은 들어갈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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