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불안 먹고 자란다…금값 첫 2000달러, 美국채 값 사상 최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국제 금값이 사상 최초로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선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골드바 등 관련 상품이 진열돼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과 미국 국채는 불확실성을 먹고 자라는 자산이다. 시장이 불안해지고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어지면 안전한 피난처를 찾아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면 안전 자산의 몸값은 더 오른다.

요즘 금값이 딱 그렇다. 연일 신기록 행진 중이다. 4일(현지시간)에는 사상 처음 2000달러 고지를 밟았다. 이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분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1.7% 오른 온스당 20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4일 9년여 만에 1900달러를 돌파한 금값은 열흘여 만에 2000달러 선을 뚫었다. 올해 들어 32%나 올랐다.

나이티원의 펀드매니저인 그레고리 체브리는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금값 고공행진의 밑바탕에는 세계 경제가 내년에 침체를 이어갈지 회복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세계 경제는 여전히 맥을 못 추고 있다. 미국은 2분기 73년 만에 최악의 경제성장률(연율 기준-32.9%)을 기록했다.

관련 금융 상품으로도 돈이 몰리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전 세계 투자자가 지난달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넣은 돈만 74억 달러에 이른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 금 ETF에는 400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중앙일보

국제 금 가격 추이. [연합뉴스]


돈이 흘러드는 건 수익을 기대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앞으로 18개월 안에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금값이 거침없는 질주를 하는 데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깔려있다. 물가 상승은 돈값의 하락을 의미한다. 전 세계 정부는 코로나 19에 대응하기 위해 200조 달러 이상(BoA 집계)을 풀었다. 돈의 가치는 떨어졌고 물가는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클라인워트 함브로스의 수석 시장전략가인 파하드 카말은 FT에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사상 최고 금값은 온스당 약 2500달러 수준”이라며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던 1979년이 그랬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하락하는 미 국채 수익률도 금값을 밀어 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등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며 미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채권값 상승).

FT에 따르면 4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5%포인트 하락한 0.52%를 기록했다. 사상 최저 수준이다. 지난 3월 9일 장중 0.31%까지 내려간 적이 있지만 종가로는 이날이 최저치다. 미 국채 3년ㆍ5년ㆍ7년물 금리도 모두 사상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

미 국채금리 하락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미 국채값은 더 오른다는 의미다. 뱅가드의 외환 전략가인 앤 매시어스는 “미 국채 랠리는 수그러지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며 “채권 투자자는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