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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층 공공재건축’ 반대 서울시, 4시간만에 꼬리 내린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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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35층룰 철폐’ 해석에 서울시 ‘노골적 불만’

오후 별도 브리핑 “애초 반대한 내용…답변 않겠다”

정부 항의에 “공공 재건축 반대 아니다” 논란 봉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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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은마아파트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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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정부는 수도권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공공이 참여하는 재건축의 경우 층수를 50층까지 높일 수 있게 하고 서울 태릉골프장 등에 신규 주택을 짓는 등 13만2천여 물량을 수도권에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내용인데요. 서울시는 이날 오전 서울 정부청사에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와 공동으로 대책을 발표했다가 오후 2시엔 별도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갑자기 오전 발표 내용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이후 4시간 뒤엔 “혼란을 드렸다”며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종일 롤러코스터를 탔는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공동발표때부터 이미 ‘조짐’ 보여

조짐은 정부와의 공동 발표 현장에서부터 이미 엿보였습니다. 오전 10시30분 서울정부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층수를 50층까지 허용하는 (공공참여) 고밀 재건축으로 5만호 이상 주택 공급을 확보해나가겠다”며 ‘공공참여 재건축’ 도입을 소개했습니다. 공공이 참여하면 재건축을 35층에서 50층으로 더 높게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해당 제도를 열심히 발표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서울시장 권한대행으로 두 장관 옆자리에 앉았는데요. 두 장관이 공공참여 고밀도 재건축 등 새로 도입하는 대책에 발언의 대부분을 할애한 반면 서 권한대행은 기존에 서울시가 해왔던 노력을 정리하는 데 절반 이상의 시간을 소요했습니다. 서 권한대행은 “서울시는 그동안 전례없이 공격적인 정책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을 집중적으로 해왔다”며 “서울시 주택공급 중요축인 공공임대주택은 차질없이 지속적으로 늘리되 다양한 분양주택 확대정책을 병행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공공참여 고밀도 재건축에 대해선 “정부와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간단히 언급하는 데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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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수도권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오른쪽은 서울시장 권한대행인 서정협 행정1부시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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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주거지역 재건축은 기존에 35층까지 가능한데 이걸 50층까지 허용하려면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상향 변경해야 하고, 복합건축물에 해당해야 하는 등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일반주거지역 재건축은 35층을 넘지 못하게 하는 서울시의 ‘35층룰’이 이번에도 변경되지 않은 채 유지됐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50층 허용’이라는 헤드라인만 보면 마치 기존 서울시 기조가 깨진 듯하게 읽힐 여지가 있었죠. 서울시는 ‘공공’이 참여하는 재건축 자체에 반대 입장이기도 했고요. 서울시 입장에서는 불만을 안은 채 참여한 발표자리였는데, 서 권한대행은 장관들 옆에서 약간의 티를 내는(?) 것으로 오전 상황을 마무리했습니다.

별도 브리핑땐 노골적 반대 입장

서울시청 청사로 복귀한 서울시 관계자들은 오후 2시에 자체적으로 별도 브리핑을 열겠다고 기자들에게 공지했는데요. 오전 발표 추가 설명을 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발표 자료에서부터 이상한 점이 발견됐는데요. 정부가 힘줘 말한 ‘공공참여형 고밀도 재건축’은 딱 2줄 언급하는데 그친 반면, 새 대안 중 하나인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도입은 3페이지 이상을 할애하며 자세히 써놓은 겁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서울시가 더 강하게 밀어부친 대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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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일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주택공급방안 지역 중에 하나인 정부과천청사 주변 정부 소유 유휴 부지. 과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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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선 그야말로 노골적 표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공공이 참여하면 50층까지 허용하는 재건축에 대해 “민간(재건축 조합)이 참여할지 여부가 실무적으로 봤을 때 의문”이라며 “서울시는 애초부터 찬성하지 않은 내용이어서 (이에 대해)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정부와 함께 발표한 방안에 대해 답변을 보이콧한 셈입니다.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김 본부장은 “아는 게 없어서 답변을 못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계속 물어보니 “공공 재건축으로 가는 건 방향성 측면에서 적극 찬성하긴 힘들다”며 반대 입장을 유지했고요. 혹시 해당 제도에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정책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한 겁니다.

“민간 재건축 활성화 얘기했으나 반영 안돼” 불만

오후 브리핑에서 나온 반대 목소리들은 앞에 잠깐 언급했던 공공 참여 재건축 자체에 대한 서울시의 반대 입장에 기인한 것인데요. 서울시는 정부와 이번 대책을 준비하며 민간 재건축의 활성화를 공급 확대의 대안으로 내세웠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이 같이 해야 하는데 정부는 부동산 시장 과열을 아직까지 우려하다보니 민간 부분 활성화까지는 시기상조라고 본 것 같다”며 “우리는 그 시기가 지금 아니냐고 정부에 얘기해왔는데 이번에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에 대한 아쉬움을 아까 브리핑에서 일부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공 참여 재건축이라는 새 제도를 도입하기 보다 민간 재건축을 더 활성화해야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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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이 4일 오후 6시께 서울시 기자단에게 보낸 입장문 메시지.


서울시 또다른 관계자는 “공공 참여형 재건축을 정부와 합동으로 발표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해 우려가 있다”며 “서울시가 이를 실무적으로 전달하는 차원에서 그런 얘길 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50층 재건축’이 확대되기 위해선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 등 서울시가 해야 할 일들이 수반돼야 하는데요. 용도변경 권한이 서울시에 있거든요. 결국 서울시 협조 없이는 추진이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가 새로운 제도 자체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면서 대책 자체가 무력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정부를 향해선 주요 의사결정자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채 서둘러 대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서울시를 향해선 공동 발표까지 다 한 마당에 ‘뒤끝’ 발언을 내놔 정책에 혼란만 야기했다는 비판이 나왔고요.

정부 항의받고 부랴부랴 사과문 발표

서울시의 오후 브리핑 뒤 정부에서는 서울시 쪽에 강한 항의를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결국 브리핑 뒤 4시간이 지난 오후 6시, 김성보 본부장은 사과문을 내놨습니다. “공공 재건축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주택 공급을 위해선 민간 재건축 부분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추가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브리핑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으로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이죠.

사과로 이날 하루 상황은 봉합됐지만 실제 공공 참여 재건축 성과가 나오기 전까진 진짜로 봉합됐는지 확신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잠실주공5단지 외엔 서울시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된 전례를 찾기 어렵고 현재로썬 공공참여 재건축이라는 낯선 제도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조합이 많거든요.

홍남기 부총리는 5일, ‘제 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공공 고밀재건축 사업을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며 다잡기에 나섰습니다. 홍 부총리는 “서울시도 사업 자체를 반대한 게 아니라 민간 재건축 부문 보완이 필요하다는 추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이견이나 혼선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만간 선례가 나올지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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