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틱톡 인수 시 미국 내 정치 리스크 해소 계기 기대
로이터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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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영상 앱 '틱톡'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갈지(之)자’ 행보에 글로벌 IT업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사이 마이크로소프트(MS)가 틱톡 미국법인 인수를 추진한다고 했다가 하루아침에 협상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위협을 이유로 미국 내 틱톡 사업은 물론 MS가 인수하는 데 반대한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2일(현지시각) 사티아 나델라 MS CEO(최고경영자)와의 전화 통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 인수 '절대 반대'에서 '제한적 허용'으로 입장을 선회하며 논란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입니다.
표면상으로는 화웨이에 이은 제2의 미⋅중 대결 또는 민주당 성향의 MS 창업자 빌게이츠에 대한 트럼프의 견제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을 누구보다 예의주시하고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SNS) 기업인 페이스북입니다.
틱톡은 15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즐기는 소셜미디어 앱으로 10~20대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매년 유례없는 속도로 가입자를 늘려가며 새로운 ‘대세’ SNS로서 기존 ‘전통 강자’인 페이스북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틱톡은 2018년부터 2년 연속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제치고 최다 다운로드를 기록했습니다. 세계 누적 다운로드 수가 20억회를 넘었고 전 세계 150여개국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8억명에 이릅니다.
틱톡의 미국 사업 부문이 MS에 인수될 수도 있다고 알려졌을 때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틱톡은 그동안 중국 기업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세계 각국의 제재에 시달렸고 사업 확장에 차질을 빚어왔습니다. 올 6월에는 중국-인도 국경 갈등에 얽혀 인도 시장에서 서비스가 중단됐습니다. 13억 인구라는 인도의 잠재력을 생각했을 때 상당한 타격이었습니다. 틱톡을 가장 많이 내려받은 곳이 인도입니다. 그런 틱톡을 미국에 뿌리를 둔 MS가 사들인다는 것은 ‘정치 리스크’라는 큰 숙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철수 걱정 없이 사업 확장에 집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내 틱톡 이용자는 1억명가량 됩니다.
올 들어 페이스북 주가는 연초 대비 20%가량 상승했습니다. 한때 대형 광고주 집단 이탈이라는 악재를 맞았던 페이스북이 이처럼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SNS 이용이 활발해진 덕분이라는 평가가 주효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쟁사 틱톡의 위기로 인한 반사이익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옵니다.
틱톡을 이끄는 케빈 메이어 CEO가 미국의 틱톡 규제의 배경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의 모략이 자리잡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 저커버그 CEO는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틱톡이 콘텐츠를 검열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의 바이트댄스는 2일 밤(현지시각) 발표한 성명에서 페이스북이 틱톡을 표절하고 자사 이미지에 먹칠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웨이보 캡처 |
페이스북을 의식한 듯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이날 입장문을 내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틱톡 금지 압박과 페이스북의 틱톡 유사 서비스를 겨냥한 성명입니다. 바이트댄스는 "글로벌 회사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긴장된 국제 정치 환경, 다른 문화와의 충돌과 갈등, 경쟁사 페이스북의 표절을 포함해 온갖 복잡하고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며 "우리는 현지(미국) 법률을 엄격히 준수하며 회사의 법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법률이 부여한 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페이스북 산하 SNS 인스타그램은 틱톡을 모방한 '릴스'를 곧 출시할 예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45일 시한부를 주며 이 기간 내 MS와 틱톡 간 인수 협상을 마무리지으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틱톡이 협상 결렬로 가시밭길을 걷게 될 지 MS 품에 안겨 글로벌 시장 확대의 모멘텀을 마련할 지 주목됩니다. 그 결과에 페이스북 주가도 춤을 출 것으로 보입니다.
박현익 기자(bee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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