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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배우 박수인의 골프장 갑질 논란 대처가 던져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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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수인의 골프장 갑질 논란이 SNS를 비롯해 연예계를 달구고 있다. 지난 7월 23일 모 언론이 30대 여배우 A씨가 골프장에서 캐디에게 갑질을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6월에 경기도에 위치한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한 후 해당 골프장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캐디 비용 환불을 요구했고,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포털사이트에 골프장 후기와 자신의 SNS에 불쾌함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해당 골프장 측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플레이 과정에서 지연이 있었고 고객님이 안 도와주신 것은 사실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캐디가 진행을 재촉하기는 했지만 반말을 하는 등 무례하게 행동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골프장 관계자는 "이후 고객님이 캐디에게 사과를 받고 싶다고 연락해 왔지만 개인 정보를 알려줄 수는 없어서 교육 담당자가 대신 사과했다"며 "해당 캐디는 고객님이 불편함을 호소했기에 재교육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언론 보도 후 여베우 A씨로 거론된 박수인에 대한 비판 댓글들이 SNS상에 쏟아지자 박수인은 자신은 갑질을 한 적이 없고 부당한 대우를 받은 소비자로써 캐디의 불친절과 무례함을 호소한 것이라며 황당하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사건이 가라앉지 않자 박수인은 어제(7.30) 오후 해명 기자회견을 열어 최초 보도한 언론사의 정정보도와 골프장 측과 캐디의 사과를 공식 요구했다. 박수인은 이 자리에서 배우라는 꿈을 꾼 이후 단 한 번도 갑이 된 적이 없었고, 철저히 을로 살아왔다면서 배우라는 이유만으로 고객으로서 컴플레인을 할 자격도 없는 것인지, 인격적 모욕을 당한 걸 말한 것이 배우로서의 갑질이 되고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를 눈물로 호소하면서 사건의 자초지종과 자신의 억울함을 다시 한 번 밝혔다. 그는 라운딩 중 두 차례 사진 찍은 것 밖에 없는데 캐디는 느려 터졌다고 반복해 재촉했고, 골프를 칠 때마다 사사건건 잔소리와 짜증스러운 말투로 구박했다며 인격적 모멸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박수인은 소비자로서 불쾌감을 느꼈고, 고객 게시판 을 찾았으나 찾을 수 없어 유명 포털 사이트의 리뷰 란을 찾게 된 것이나 감정이 격해진 나머지 리뷰에서 과격한 표현과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는 공인으로서 경솔했음을 사과했다.

박수인 측과 골프장의 상반된 주장 중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지는 추후 법적 공방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골프 라운딩 과정에서 골퍼와 캐디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갈등이 ‘갑질’ 논란으로 까지 번진 이번 사안은 무명 배우로 자처하는 박수인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명도를 갖고 있는 유명인, 기업 CEO,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직업 종사자 등 모두에게 개인의 이미지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새겨볼 만한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먼저, 갑질은 특정 지위나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갑질의 의미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우월한 신분, 지위, 직급, 위치 등을 이용하여 상대방에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행동”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상대적’이라는 점이다. 골프장에서 골퍼와 라운딩을 도와주는 캐디와의 관계는 골퍼가 서비스 사용료를 지불한다는 점에서 골퍼를 갑의 위치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불친절하고 무례한 행동을 하는 캐디도 있지만 그렇다고 캐디를 갑으로 보지는 않는다. 배우 박수인은 지금까지 자신이 갑의 위치에 있지 않았고 문제가 되었던 라운딩에서도 갑질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어느 측 주장이 진실인지 여부를 떠나 일반 대중은 박수인을 갑의 위치로 보면서 이번 사안을 들여다본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박수인 측은 소비자로써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고 오만 무례하게 행동한 것은 캐디 쪽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반 대중이 박수인 측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은 박수인과 캐디와의 관계에서 이와 같은 프레임을 갖고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말해 여론전에 있어 박수인 측이 불리한 입장에 서 있는 싸움이라는 것이다.

둘째, 이성적이고 전략적 대응보다 감정적 대응이 논란을 키웠다는 점이다. 박수인은 지명도의 높고 낮음을 떠나 대중의 인기와 사랑을 먹고사는 배우라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골프 라운딩 과정에서 불쾌감과 모욕감을 느꼈다면 당일 현장에서 바로 항의하고 사과를 받아 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처였을 것이다. 이후 공식적으로 사과를 받거나 환불을 요청할 필요를 느꼈다면 명확한 증거자료를 토대로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대처했어야했는데 비이성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SNS 등에 표출했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피해자로 자처하면서 대중의 비난을 받는 억울한 형국을 자초한 꼴이 되었다. 너무나 가볍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 것이 화를 키운 것이다. 사회적 지명도가 있는 유명인이나 기업 CEO 등도 부당한 서비스를 받았다면 소비자로써 얼마든지 컴플레인을 할 수 있다. 하지만 SNS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표현할 때 감정적 대응을 지양해야한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이들이 대중을 상대로 한 여론전을 벌일 때는 오히려 불리할 수 있음을 박수인 케이스가 극명하게 보여준다.

배우나 가수, 스포츠 스타와 같은 연예인, 유수한 기업의 오너나 대표 등은 자신이 갖고 있는 신분만으로도 대중의 주목을 받는다. 평범한 일반인이라면 관심의 대상도 안 되지만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미디어가 주시하면서 조그만 일탈행동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잠재성을 갖고 있다. 이번 골프장 갑질 논란은 소소한 사안이 발전해 개인의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유명인들일수록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은 원천적으로 만들지 않는 신중한 처신과 문제가 될 때는 이성과 합리성, 객관적 근거에 입각한 냉철한 대처의 중요성을 새삼 배우게 된다.

유재웅. 을지대학교 의료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신문방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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