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무원 다주택 다 팔아라" 이재명 권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지사 "여러 채 보유한 주택 다 처분하라"

현행법상 위법…재산권 침해 비판도

"고위공직자 모범 보여야" 시민들 의견 분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8일 경기도청에서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경기도 부동산 주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다주택자 공무원에 대해 1채만 남기고 모든 주택을 처분하라고 권고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지사 권고가 현행법상 위법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또 일부에서는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고위 공직자로서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8일 이 지사는 '경기도 부동산 주요 대책'을 발표하면서 "경기도 4급 이상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임원 등에 대해 여러 채 보유한 주택을 모두 처분하라"라고 권고했다.

이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없게 하겠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확한 진단과 신념을 실현하고 부동산 광풍을 잠재우려면 치밀하면서도 국민 수용성이 높은 정책을 만들고 실행해야 한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지사가 발표한 '경기도 부동산 주요 대책'의 주요 내용은 ▲ 부동산백지신탁제, 다주택 보유 고위공직자 대처방안 (부동산 정책 신뢰 회복 방안) ▲ 주택 공급확대와 수요축소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방안 추진 ▲ 부동산 세금에 대한 새로운 접근 등이다.

이 지사는 "권고 위반 시 2021년 인사부터 주택보유 현황을 승진, 전보, 성과평가에 반영하고, 다주택자는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며,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해서는 재임용(임기연장), 승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한다"라며 "이미 금년 인사에서 고위공무원이 다주택자여서 승진에서 배제된 일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7월1일을 기준으로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대상자인 4급 이상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급 이상을 대상으로 주택 보유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경기도 4급 이상 공직자와 시군 부단체장, 공공기관 임원 332명 중 2주택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는 94명(28.3%) 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지사의 권고가 현행법상 위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헌법에 따르면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며 헌법 7조 2항에 따르면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지사의 권고가 사실상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방공무원법상에는 '계급 간의 승진임용은 근무성적평정, 경력평정, 그 밖의 능력의 실증에 따라'하고 '임용권자는 정기 또는 수시로 소속 공무원의 근무성적을 객관적으로 엄정하게 평정하여 인사 관리에 반영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렇다 보니 다주택자 고위공무원들의 부동산 처분 이행 여부에 의한 인사평가가 해당 법률을 위반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 같은 논란에 이 지사는 "여성 우대나 소외지역 배려처럼 인사권자의 절대적 고유 재량이어서 헌법 위반은 없다"라며 "강제하는 것이 아니고 인사에 반영할 테니 알아서 하라는 취지이기 때문에 재산권 침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부동산 투기, 투자하고 싶으면 공직을 맡지 말아야 한다. 돈과 권력 중 하나만 가져야 한다"라며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불로소득은 누군가의 피눈물이다. 부동산 폭등에 따른 자산가치 왜곡과 무주택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우리 사회의 해묵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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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의견은 엇갈린다. 경기도에 주택이 있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힌 40대 직장인 A 씨는 "이재명 추진력 좋고 여러 정책도 다 좋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면서 "권고지만 공무원들이 받아들이는 처지에서는 사실상 '이행 명령'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이어 "인사상 불이익 말도 나왔는데 사실상 다 팔라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반면 30대 회사원 B 씨는 "고위 공무원들이 주택 정책 등 정책을 만드는 것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지 않나"라면서 "일부겠지만, 자신에게 이득되는 정책이 반영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측면에서 다주택자 부동산 팔기는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 지사 권고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산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 재산권은 신뢰와도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 신뢰가 훼손되면 경제 상황에서 거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라며 "고위공직자들에게 부동산 처분을 강요하는 것을 보고 일반 국민은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거래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고위공직자들이 가지고 있는 주택을 처분한다고 해서 일반 국민에게 그 효과가 돌아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정책의 이익이 일반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는 정책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이라고 비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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