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1가구 2주택 이상을 보유한 경기도 4급 이상 간부 공무원들에게 연말까지 1주택 초과분을 매각할 것을 권고했다. 주택 처분 권고를 거부한 공직자는 내년부터 인사고과에 반영돼 사실상 승진에서 배제된다.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도 자리를 보전하려면 1주택 초과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8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경기도 부동산 주요 대책'을 발표했다. 이 지사는 주택을 2채 이상 소유한 4급 이상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에게 연말까지 실거주 외 주택을 모두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도 4급 이상 공무원과 산하 공기업 임원 332명 중 1가구 2주택 이상자는 94명(28.3%)이다. 도 소속 공무원이 47명으로 가장 많고 소방재난본부 소속이 21명, 도 산하 공기업 임원이 18명, 시군 부단체장이 8명으로 조사됐다. 94명 중 69명은 2주택, 16명은 3주택, 9명은 4주택 이상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주택정책기관인 경기주택도시공사는 업무 특성을 감안해 처장급으로까지 처분 대상을 넓혔다. 4급 이상 공무원 10명 중 3명이 다주택자인 셈인데, 5개월 내 초과분을 팔아야 인사상 불이익이 없다.
이 지사는 도 기관, 시군 단체장, 소방재난본부, 공공기관 등 소속 단체별 다주택자 현황을 일일이 거론하며 1주택 초과분 매각 조치가 선언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1가구 2주택을 보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소명되면 인사상 제재는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향 농가 주택에 거주하는 어르신을 모시는 등의 경우다. 이 지사는 "숫자가 아니라 실제 주거용으로 사용되느냐, 보유할 만한 타당할 이유가 있느냐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부동산시장은 심리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부동산 이해 관계자가 정책 결정에 관여하면 신뢰 확보가 어렵다"면서 "부동산 백지신탁제 입법만을 기다릴 수 없어 임시방편으로 투기·투자 목적의 다주택 보유 고위 공직자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의 강력한 권고에 다주택을 보유한 공직자들은 "다주택자 소유자를 무조건 투기꾼으로 보는 시각이 안타깝다"면서도 "어떻게 하겠나. 하라면 해야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도청공무원노조는 "주택을 2채 이상 소유한 공무원들은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도 부동산 대책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지사는 △비거주용 주택의 징벌적 과세와 장기공공주택 확충(공급 확대 및 투기 수요 축소) △기본소득형 토지세 도입(부동산 불로소득 환수·환급) 등을 거듭 건의했다. 이 지사는 "주택 정책은 가격 억제보다는 다주택 규제에, 다주택 규제보다는 비거주 억제에 중점을 둬야 한다"면서 "투기·투자 자산인 비거주용은 취득·보유·양도 과정에서 강력한 징벌 과세를 가하는 대신 실거주 1주택에는 세제 금융 우선순위 등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지사는 이날 유튜브 채널 '김용민TV'와 인터뷰하면서 19대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것에 대해 "내가 좀 '싸가지'가 없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 지사는 "어느 날 지지율이 올라가니까 '혹시 되는 것 아닐까' 뽕(필로폰)이라고 그러죠. 잠깐 '해까닥'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지사는 차기 대권을 향한 욕심도 내비쳤다. 그는 "더 큰 역할을 굳이 쫓아다니진 않을 것이지만 그런 기회가 돼서 맡겨지면 굳이 또 피할 일도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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