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인터뷰 / 사진=수원(경기)=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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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인사상 불이익'을 전제로 도내 4급 이상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에게 실거주 외 주택을 모두 처분하도록 권고했다. 경기도의 파격 행보가 다른 여권 지자체로 번질지 눈길이 쏠린다.
이 지사는 28일 경기도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경기도에서는 부동산 투기로 돈 버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이같은 내용의 '경기도 종합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골자는 4급 이상 경기도 소속 공무원(시군 부단체장 포함)과 산하 공공기관 본부장급 이상 상근 임직원의 다주택 처분이다. 연말까지 거주용 1주택을 포함한 모든 주택을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도 사유 발생일로부터 6개월 이내 해소해야 한다.
권고의 형식을 띠지만 내용은 사실상 명령에 가깝다. 다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승진·전보·성과·재임용 등 각종 평가에 반영하고, 다주택자는 관련 업무에서 배제한다. 승진 배제는 공무원 사회에서 사실상의 사형 선고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 대상자(4급 이상 공무원, 시군 부단체장, 공공기관 임원 이상) 332명 가운데 2주택 이상 소유자는 94명(28.3%)이다.
이런 이 지사의 행보는 최근 부동산 정책 실패로 어려움을 겪는 정부에 힘을 싣는 것으로 보인다. 2급 이상 고위공무원의 다주택 처분을 권고한 정부안보다 강력한 조치다.
경기도의 전향적 움직임은 다른 여권 지자체장들의 연쇄 움직임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광역 지자체장 가운데 야당 소속은 미래통합당의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무소속의 원희룡 제주지사뿐이다. 공석이 된 서울과 부산을 포함한 나머지 13개 광역 지자체는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앞서 김경수 경남지사의 경우 코로나19(COVID-19) 당시 '재난기본소득'을 두고 이 지사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토론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냈고, 이는 중앙 정부 차원의 재난지원금 정책으로 이어졌다. 부동산 정책의 여권 실정이 도드라지는 만큼 김 지사를 비롯한 여권 광역단체장도 경기도의 움직임에 동참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행정수도 이전' 논의로 주목받는 세종시 역시 공무원 다주택자 단속 가능성이 얘기되는 지역이다. 한국감정원 통계 기준 세종시는 올해 들어 21.36%의 집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민 구성 역시 중앙부처·공공기관 등 공직사회 기반이라 다주택자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수도권과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집값 상승폭이 크지 않아, 연쇄 움직임이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고위공직자가 아닌 4급 이상 공무원에 주택 처분을 강요하는 것은 공무원 사회 반발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지자체 4급 공무원은 "앞으로 남은 기간 승진 여부도 불투명한 데 집까지 팔라는 건 부당한 처사"라며 "아무리 연금이 있어도 개인마다 사정이 다른데 최소한 노후는 보장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온라인에서도 이 지사의 권고가 지나치다는 평가가 나온다. 누리꾼들은 "아무리 공무원이라도 재산을 팔라 말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좀 아니다", "보여주기식 정책"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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