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SNS 눈] "협박에 악플, 퇴사까지" ... 한 '몰카 범죄' 피해자에게 벌어진 일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프리카BJ 불법촬영 남성, 생방송에 걸려 체포
"옷 때문에" "일 벌리지 마라" 피해자 탓 댓글 우르르
한국일보

24일 여성 BJ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남성의 모습이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통해 포착됐다. 아프리카TV BJ 김옥분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진행 중이던 BJ의 치마 속을 몰래 찍은 20대 남성이 25일 구속됐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피해자의 옷차림과 태도를 문제 삼는 댓글들이 등장하면서 '2차 가해'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A씨에 대해 전날 신청한 구속 영장이 이날 법원에서 발부됐다고 밝혔다. A씨는 24일 낮 12시쯤 경기 시흥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내용의 실시간 방송을 진행 중이던 아프리카TV BJ 김옥분씨의 신체를 휴대폰으로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장면은 인터넷 방송을 통해 포착됐다. 이 남성은 김씨가 원피스를 입고 PC방 좌석을 정리하고 있던 와중에 접근, 치마 아래로 휴대폰으로 보이는 물체를 들이 밀었다. A씨가 이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히 자리를 떠나면서 피해자인 김씨 역시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를 지켜보던 누리꾼들이 채팅창을 통해 "방금 몰카 촬영한 것 같다"고 제보하면서 범행이 발각됐고, A씨는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옷 꼬라지가"… 김씨 "피해자인데 욕 먹었다"

한국일보

불법 촬영의 피해자인 BJ 김옥분씨가 자신을 향한 '악플'에 심경을 밝혔다. 아프리카TV BJ 김옥분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씨는 같은날 자신의 아프리카TV 방송 채널에 '오늘 몰카일에 대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그는 인기를 끌기 위해 몰카 사건을 조작했다는 의혹과 피해자인 자신의 복장을 문제삼는 반응 등으로 상처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위로와 몰카범에 대한 욕이 더 많지만 주작(조작)이라는 말과 내 복장 탓을 하는 글도 있더라"며 "BJ라는 직업이 우선이고 아르바이트는 콘텐츠여서 당연히 의상에 신경쓸 수밖에 없다"고 해명해야 했다. 그러면서 "댓글이 가관이더라. '술집 여자' '복장 때문에 당연히 찍을 수밖에 없다' 등 오히려 피해자 탓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이어 "(해당 사건은) '100% 조작이 아니다. 조작이면 무고죄를 받을 것이고 방송도 그만두겠다"고도 덧붙였다.

가해자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누리꾼으로부터 "왜 떠벌려서 일을 크게 만드냐"는 협박을 당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한 누리꾼은 김씨에게 "솔직히 그 쪽도 옷입는 꼬라지도 잘못 있다"며 "동네 좁은데 또 안 마주칠 자신 있는거 아니지 않나" 등의 댓글을 남겼다. 논란이 커지자 이후 해당 누리꾼은 "(가해자와) 친구가 아니다. 장난 좀 친거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건 이후 퇴사…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대부분 같은 선택


김씨는 해당 사건 이후 일하고 있던 PC방을 그만두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콘텐츠를 주로 올리는 김씨는 '몰카' 사건 다음날인 25일 "PC방 알바를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사건 당시에도 점장으로부터 괜찮다는 위로보다는 "그러게 왜 짧은 치마를 입었나"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는 비단 김씨뿐 아니라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에게 적지 않게 벌어지는 일이다. 서울여성노동자회가 2013년~2016년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이 자진해 회사를 떠났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