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경제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미래통합당 서병수 의원의 질의에 답한 뒤 웃으며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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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장관은 집값이 어느 정도 올랐다고 보고 있습니까”
“(한국)감정원 통계로 11%가 올랐다고 알고 있습니다”
“11%요?”
23일 경제 분야 국회 대정부 질문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 국내 집값 상승 수준을 묻는 서병수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1%”라고 대답하자 회의장이 술렁였다. 야당 의석에선 “뭐? 11%라고?” “장난하지 마세요” “에이 저게 무슨….”이라는 야유가 나왔다. 김 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우리 정부에서 과거 정부보다 올랐다는 건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경제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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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정부 질문의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김현미 장관에게 쏠렸다. “어떤 이유에서 부동산이 많이 올랐다고 생각하느냐”는 서 의원의 질문에 김 장관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하강하는 건 전체 경제 상황과 연동돼 있다”며 “길게 말씀드려도 되겠느냐”고 작심한듯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과잉 유동성’을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았다.
김 장관은 “2015년부터 우리나라 부동산이 대세 상승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동성 과잉공급, 최저금리 지속이 있어 상승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정부 정책 실패보다는 주변 환경 때문에 집값이 상승했다는 의미다. 김 장관은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부동산값이 폭등하고 있다”는 서 의원의 지적에는 “그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 장관은 “좌파정부만 들어서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고 서 의원이 묻자 “부동산 정책은 시차가 있기 마련”이라고 답했다. 야당 의석에서 “사퇴하세요!” 등 야유가 쏟아졌다. 김 장관은 “늘어나는 유동성이 어떤 나라는 증시로, 어떤 나라는 부동산으로 간다”며 “유동성 과잉이 미국은 증시과열로 나타나고, 상해 등 몇몇 도시에선 부동산 과열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경제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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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과잉 유동성의 원인에 대해 김 장관은 다시 한번 ‘이명박 정부 시절’을 언급했다. 김 장관은 “2008년부터 시작된 금융위기에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겹쳐서 그렇다”고 말했다. 이에 서 의원은 “부동산 추이를 보면 문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오르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것과 연계돼 경제 총체적 실패가 생겼고 이를 만회하려 통화량을 늘리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해서 유동성이 늘어났다는 건 제가 자료에서 본 적이 없다”며 “세계적인 유동성 과잉 현상의 연장선에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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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자리 연연하거나 욕심 있지 않다”
이날 대정부 질문에선 김 장관에 대한 해임도 언급됐다. 질의자로 나선 윤영석 통합당 의원은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김 장관에 대해 해임 건의를 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정 총리는 “김 장관은 수요 공급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등 부동산 정상화와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그 일을 잘하도록 뒷받침해주려 한다”고 답했다.
이날 윤 의원은 김 장관에게도 “스스로 책임지고 물러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고, 김 장관은 “저는 절대 자리에 연연하거나 욕심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장관 말 안 들었으면 쉽게 몇억을 벌 수 있었다는 말이 떠돈다”는 윤 의원의 지적에는 “투기 수익이 환수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완비돼야 한다”면서 “집값이 올라 젊은 세대와 시장의 많은 분이 걱정하는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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