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교육·업무기능 인프라 구축 동반돼야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 신태현 기자 holjjak@(이투데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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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정작 서울 집값을 잡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청와대·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를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는 행정수도특별법을 다시 마련해 당 TF(태스크포스)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20일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를 모두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하자"고 언급한 이후,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이낙연 의원과 김두관 의원 등도 행정수도 이전 분위기를 적극 띄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행정수도 이전은 장기적으로 인구 과밀을 줄이고 지방 경제를 살리는 차원에서 검토 가치가 있지만 서울 집값 안정을 꾀하는 건 사실상 무리라는 신중론을 보였다. 행정기관들이 대거 이전한다고 해도 서울에 업무기능이 집중돼 있는 한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순 없다는 설명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행정수도 이전이 이뤄진다고 가정할 때 수요가 분산되는 만큼 서울 집값이 일정부분 안정화되는 효과는 있겠지만 기업들이 서울에 밀집한 상태에서 집값 안정화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시 "여당이 추진하는 방안은 청와대와 국회가 모두 내려가는 것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아니라 수도 이전 수준여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특히 당장 금융사들은 여의도에, 기업 본사들은 강남과 광화문에 밀집해 있는데 수도 이전이 이뤄진다고 해도 기업 이전이 어렵다는 게 한계"라고 말했다.
자족기능과 업무기능, 교육 인프라 구축 없이 정부 기관만 이전하는 건 서울 집값을 잡을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도 "주 정부기관이 이동하면 서울의 땅값 안정은 어느 정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행정이나 입법기관이 이동하면 궁극적으로 국가 재정 낭비와 행정 비효율 등 문제점이 발생해 좋은 방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서울의 집값을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사회적 비용이 낭비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호주 등 해외 행정 기능을 분리해 별도 수도를 지정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수도는 워싱턴DC이지만 경제 중심지는 뉴욕인데, 뉴욕 집값이 떨어지고 있냐"고 반문했다. 함 랩장 역시 "호주가 캔버라로 수도를 이전하면서 시드니와 멜버른 집값이 안정됐다고 할 수준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비난 여론에 휩싸이자 국면 전환용으로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꺼내든 게 아니냐는 날선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입장문에서 "정부가 22번이나 '땜질식' 부동산 대책을 남발하고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무책임하게 행정수도 이전을 거론하고 있다"며 "행정수도 이전 논의 전에 지금의 부동산 실책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투데이/김동효 기자(sorahos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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