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판매사 이사회 배임 우려
금감원 전액 배상 권고안 수용 여부 미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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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하나은행 이사회가 라임 무역금융펀드 전액 배상안 결정을 미룬 가운데 우리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사 이사회는 배임 문제 등을 거론하며 전액 배상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24일 이사회에서 금감원 권고안 수용 여부를 논의한다. 금감원이 제시한 답변 시한은 오는 27일이다. 우리은행 이사회도 결정을 유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논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가늠하긴 어렵다”면서도 “하나은행과 비슷한 맥락에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이사회는 전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을 수락할 경우 조정이 성립되고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수락 여부를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다음 이사회 일정까지 수용 여부 결정 시한을 연기해달라고 금감원에 요청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판단이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이처럼 여러 은행 또는 판매사가 공통의 이슈에 놓여있는 경우에는 대체로 비슷한 선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결정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 기관이 앞서 내린 판단이 존재하면, 다른 곳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유’를 찾아보는 식으로 매우 보수적인 접근을 할 공산이 크다”면서 “법률상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경영진이나 이사진이 배임 문제에 노출될 수 있어 분조위 배상안을 전부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달 30일 금감원 분조위는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민법 제109조인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100% 배상 결정을 내렸다. 투자상품 원금 전액 배상 권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펀드 판매 규모는 우리은행이 650억원으로 가장 많다. 신한금융투자가 425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신영증권 81억원 등 총 1611억원이다.
일각에선 ‘키코’ 때처럼 판매사들이 계속 결정을 유보하다가 결국 불수용으로 가는 그림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판매사들이 대승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는 한 라임 배상 건도 키코처럼 실타래가 꼬여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판매사의 수용 여부 결정시한 연기 요청의 사유를 검토해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되면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다만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가급적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줄 책임이 은행 등 판매사들에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키코 때처럼 수 차례에 걸쳐 계속해서 결정을 유보하는 상황이 되도록 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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