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각 지방검찰청 '여성·아동' 관련 중요 사건 대검 형사2과에 보고
법조계 "중앙지검, 박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묵인' 의혹 제기…보고 체계 무시"
서울시청 압수수색 영장 기각…피해자 측 "매우 유감"
22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은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왼쪽부터)./연합. |
아시아투데이 허경준 기자 =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상대로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검찰에 먼저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상급 기관인 대검찰청에 보고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박 시장의 실종된 시점인 지난 9일 오후 4시30분께 경찰에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보고 받았음에도 상급기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22일 2차 기자회견에서 ‘경찰 조사 전 검찰에 먼저 접촉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김 변호사는 “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장에 면담을 요청했으나, 고소장 접수 전 면담은 어렵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들었다”며 “피고소인에 대해서 언급한 이후에도 면담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 7일 피해자와 상의 후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유현정 부장검사에게 연락해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유 부장검사는 고소장 접수 전에 면담하는 것은 어렵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또 유 부장검사는 김 변호사에게 피고소인이 누구인지 확인을 해야 면담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후 김 변호사는 유 부장검사에게 피고소인(박 전 시장)에 대해 알리고 8일 오후 면담 약속을 잡았지만, 유 부장검사가 7일 오후 늦게 연락해 자신의 일정 때문에 면담이 어렵다는 내용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되자 김 변호사는 A씨와 상황을 공유하고 중앙지검에 사건을 접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 경찰청에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앙지검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과 관련해 고소장이 접수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대검에도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상 각 지방 검찰청 등에서 인지한 여성·아동 관련 범죄와 관련된 중요 사건은 대검 형사2과에 보고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다. 그러나 중앙지검은 보고 체계를 무시한 채 사건을 아예 자체적으로 덮으려고 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사전에 알고도 중앙지검이 이를 의도적으로 묵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지검은 “김 변호사가 유 부장검사 사무실 전화로 고소장 접수 전 사전 면담을 요청했지만, 해당 부장은 절차에 맞지 않다고 판단돼 부적절하다고 말해주면서 검토를 해보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같은 날 퇴근 무렵 김 변호사에게 다시 전화를 해 일정이나 절차상 사전 면담은 어려우니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절차에 따라 고소장 접수를 하도록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박 전 시장 비서 성추행 방임 사건과 관련해 서울시청 등에 대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됐다고 밝혔다. 법원은 “피의자들에 대한 범죄혐의사실의 소명 부족, 범죄혐의사실과 압수·수색할 물건과의 관련성 등 압수·수색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 부족” 등을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이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지난 7월 8일 고소 직후 새벽까지 조사를 이어간 것은 최대한 신속하게 피고소인이 소지하고 있는 기기들을 압수수색하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 나가고 싶었던 것”이라며 “매우 유감이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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