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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땜질식 규제’ 한계… 외풍 휘둘리지 말고 거시정책 펴야 ['백약무효' 부동산대책 긴급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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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정치논리 아닌 시장경제로 풀어야

靑·정치권, 정치공학적 접근 화 키워

‘그린벨트 해제’ 등 틈나면 정략에 활용

대형선거 기점, 부동산 정책으로 표심 자극

시장은 ‘부동산 불패’ 학습효과만 길러

세계일보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 이후 매매 및 전·월세 호가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에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제원 기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난맥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인상을 둘러싼 증세론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행정수도 이전 논란 등으로 부동산 이슈가 계속 이어지면서 시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부동산 시장을 둔 논란은 역대 정부에서 늘 있었던 일이지만, 이번 문재인정부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가파르게 상승한 수도권 아파트값 추이와 연결되면서 혼란이 더한 모습이다. 이를 두고 업계와 전문가는 청와대를 포함한 정치권이 부동산을 정책이 아닌 정치의 영역으로 접근하면서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의 영향에서 벗어나 시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대전환하는 특단의 결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집단의 조언이다.

◆틈나면 정략에 활용되면서 굳어진 ‘부동산 불패론’

2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국방부 등과 함께 태릉골프장을 비롯한 군 부지를 택지 개발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와 회동해 그린벨트를 보전하되, 국·공립 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태릉골프장 인근 육사 부지까지 전격적으로 택지 개발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공급대책이 가닥을 잡기 전까지 부동산 시장에서는 1주일 넘게 혼선이 빚어졌다. 7·10 대책 이후 꾸려진 ‘주택공급 확대 범정부 태스크포스(TF)’의 지난 14일 첫 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그린벨트 해제론이 빗발쳤다. 국토부, 서울시가 난색을 보였음에도 부동산 민심 악화로 공급대책이 절실한 정치권이 그린벨트 해제를 밀어붙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도 정치권에서는 대형 선거를 기점으로 부동산 정책이나 국책사업을 내세워 표심을 자극했다. 16대 대선 당시에는 노무현 후보가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행정수도 건설을 공약했다. 당시 세종시는 물론 충청권 전역의 땅값이 급등하는 효과를 불러왔다. 17대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가 한반도 대운하 사업 추진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경기 여주 등 4대강 주변 땅값이 여지없이 폭등했다. 18대와 19대 대선에서는 복지 공약 전체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증세 여부를 놓고 보혁 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은 ‘부동산 불패론’의 학습효과만 키워나갔다. 거듭된 부동산 정책에도 집값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는 이른바 ‘영끌’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영혼까지 끌어모아서라도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야 한다는 의미다.

세계일보

20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컨트롤타워가 중심을 잡아야”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부동산 정책 컨트롤타워의 정치 독립성을 강조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 입안자가 전문성을 가지고 부동산 정책을 이끌어 가는지 의문”이라며 “시장경제를 따르면 해결될 문제까지 외부에 휘둘리면서 정책을 내놓다 보니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전문가도 “이번 정부는 부동산을 경제가 아닌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한다”면서 “시장은 과거보다 복잡해지고 시장 참여자들의 지능도 높아졌는데 좁은 시야에서만 정책을 추진하니 그게 시장에 먹히지 않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내놓은 종부세 인상 방안 등의 경우에도 다주택자를 희생자로 삼아 민심이반을 차단하려는 정략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용민 전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을 규제하면 신규 택지 개발만 이뤄지고 그것으로 이득을 보는 개발 마피아 세력이 등장하기 마련”이라며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아예 정치와 상관없는 건설·국토 분야 수장이 정책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팀장은 “조금씩 규제를 내놓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한계가 왔다”며 “분양 원가 전면 공개나 주택 후분양제 등과 같은 획기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세준·권구성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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