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책이 강남·강북 지역 차별로 비화
“그린벨트 해제 명확한 ‘선정기준’ 없어”
태릉골프장에서 바라 본 구리갈매역세권공공주택지구.(사진=황현규 기자) |
[이데일리 정두리·김영환 기자] “강남은 후세에 물려줘야 할 보존가치가 있고 태릉은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냐. 정부의 그린벨트 정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민심이 격화되고 있다. 강남권 그리벨트 해제에 반발해온 시민단체들은 21일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그린벨트가 포함된 태릉골프장 택지 개발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태릉골프장 일대 노원·남양주 별내·다산·구리갈매 주민들도 베드타운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추진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북부도심권 개발은 나몰라라…그린벨트 해제한다고?”
노원구 태릉골프장과 육군사관학교 부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택공급 추가 발굴을 지시한 뒤 나온 ‘주택공급 1호’ 택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군(軍) 부지라 보상 갈등에 따른 사업 지연 우려가 적고, 시장 유동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없다. 맞붙은 구리갈매역세권 공공택지와 이미 조성한 갈매1공공주택지구까지 포함하면 3만~4만호의 신도시로 조성 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곳 역시 정부가 지정한 그린벨트여서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릉골프장은 197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린벨트를 처음 도입 당시 포함한 곳이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태릉골프장 부지 개발을 반대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청원인은 “태릉골프장은 반세기가 훨씬 넘는 서울지역의 녹지공간”이라면서 “육사(육군사관학교)든 골프장이든 이전을 하더라도 녹지공간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노원구 등 주변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은 교육 환경 발전과 녹지보존”이라면서 “임대아파트 몇 만 호로는 그 지역은 발전되지 않고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남아 교통체증과 녹지파괴로 환경오염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태릉골프장 활용 방안을 놓고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도 비판 일색이다. 한 네티즌은 “그린벨트 해제는 절대 안되기에 태릉 그린벨트 63만평을 해지하겠다. 이게 무슨 소린지 이해가 가느냐”며 냉소 섞인 반응을 보였다. 다른 네티즌은 “노원구는 그린벨트 풀어도 되고 강남구 세곡·내곡은 산소가 필요해 그린벨트 풀면 안되고? 강남·북 가르지 좀 마라”고 꼬집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태릉골프장 일대는 교통망도 아직 갖춰지지 않은 곳”이라면서 “서울 북부도심권 개발도 해야 하는데 그건 미루고, 그린벨트 해제라는 카드를 꺼냈으니 화가 나는 것”이라고 봤다.
21일 서울 청와대 앞 광장에서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文정부 부동산정책 반발민심, 확산일로
그린벨트 논란뿐 아니라 6·17대책, 7·10대책에 이어 추가공급대책 방안 추진까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온라인상에 확산·표출되고 있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특정 키워드로 검색해 정부와 청와대를 향해 뚜렷한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내려와’ 등으로 격화되는가 하면 ‘소급반대 20만명 국회청원’ 등 명확한 요구 사항을 담아내기도 했다.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실검)에 21일 오후 3시 이후부터 ‘소급반대 20만명 국회청원’이 20위권 안으로 진입했다. 앞서 ‘김현미 장관 거짓말’, ‘조세저항 국민운동’, ‘3040 문재인에 속았다’, ‘문재인 내려와’ 등이 상위권 실검으로 영향력을 발휘했던 바도 있다.
이 같은 실검 챌린지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반발하는 이들이 모인 특정 카페에서 매일 다르게 선정한 표어에 네티즌들이 함께 동조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시민모임’, ‘7·10 취득세 소급적용 피해자 모임’ 등이 부동산 정책에 반하는 키워드를 매일 같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 리스트에 올렸다.
야당에서는 이 같은 기회를 통해 반정부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30일 미래통합당 일부 의원들은 부동산 피해를 입은 시민 500여명과 함께 하는 공청회를 예정 중이다. 이에 앞서 25일 서울에서 촛불집회도 예고했다. 정부의 다양한 대책에도 부동산 문제가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정부는 6·17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확대하면서 이 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하락, 분양권·주택 매수자들이 반발했다. 7·10 대책에서는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취득세율을 높이는 등 다주택을 압박하고 수요를 억제하는 부동산 대책에 반대 세력이 집결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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