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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미투 법정 선 피해자 "국민신문고 상담하니 해결 어렵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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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여고 전직 교사 재판에서 증언…"피해 당시엔 불쾌해도 티 내지 못했다"

연합뉴스

'스쿨미투, #MeToo, #WithYou'
[스쿨미투 포스트잇 액션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서울 용화여고 재학 시절 교사에게 강제로 추행당한 피해자가 21일 법정에 출석해 '스쿨미투'로 사건이 공론화되기 전에도 피해 사실을 알리려 했다고 증언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마성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용화여고 전직 교사 A(56)씨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졸업생 김한나(가명)씨는 "졸업 후 성추행 사실에 대해 국민신문고에 전화 상담을 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2년 용화여고 2학년 재학 당시 A씨가 담당한 반 학생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2년 3∼4월께 용화여고 1층 생활지도부실에서 김씨와 단둘이 면담하면서 김씨의 교복 상의 재킷을 벌리고 가슴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고 치마 아래로 양손을 넣어 허벅지를 만진 혐의를 받는다.

이날 증언은 김씨의 요청으로 A씨가 퇴정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A씨 측 변호인이 "졸업 이후 피고인의 행동에 대해 조치해야겠다고 생각한 적 있느냐"고 묻자 김씨는 "법적 절차는 시도하지 못했으나 국민신문고에 전화상담한 적이 있다"고 했다.

김씨는 "상담할 때 스무살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담당 공무원이 오래전 일이기도 하고 혼자이기도 하니 해결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힘들지 않겠냐고 했다"며 "(정식으로) 접수는 안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종일관 차분하게 피해를 증언했다.

김씨는 "학기 초라 선생님과 친밀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선생님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고 한 것인지 당시 유행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연예인과 인상이 닮았다면서 '난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더니 교복 재킷을 젖히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고 말했다.

또 "진로가 정해졌다고 하니 '공부 좀 열심히 해 새끼야'라며 치마 아래로 손을 넣어 허벅지 아래쪽을 꾹꾹 눌렀다"고 했다.

김씨는 "많이 놀라고 불쾌했지만 면담 당시에는 '왜 그러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면담이 끝나고 내가 성추행을 당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예민하게 생각한 것인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A씨에게 성추행당한 다른 피해 사례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2학년 때 같은 반 친구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울고 있길래 왜 우느냐고 물었더니 다른 친구가 '선생님이 볼을 깨물었대'라고 말해 놀란 기억이 있다"고 증언했다.

또 그는 "선생님이 본인이 편애하는 친구는 보통 예쁜이나 흰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는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 뽑기 위원회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방청석을 채웠다.

A씨의 변호인이 A씨가 김씨의 가슴 가까이 얼굴을 들이댔다는 사실에 대해 얼마나 얼굴이 가까운 거리였는지 물으며 증인이 허락하면 자신을 상대로 재현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자 방청석에서는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A씨는 지난달 23일 열린 첫 재판에서 제자들을 강제 추행한 혐의를 부인했다. A씨 측 변호인은 당시 "피고인이 30년간 교사로 재직하면서 신체접촉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의도적인 추행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용화여고 성폭력은 졸업생들이 2018년 3월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 뽑기 위원회'를 꾸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검찰은 2018년 4월 수사를 시작해 같은 해 12월 검찰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쳐 A씨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했으나 이듬해 2월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진정서를 내자 추가 보완 수사 끝에 지난달 말 A씨를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에게 성추행 당한 학생은 총 5명이며 검찰은 다른 피해자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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