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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수돗물 유충 사태

냄새 잡으려다 '수돗물 유충' 키웠다…독이 된 활성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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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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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민경석 기자 = 인천시와 부평구가 부평정수장 등 부평권역 배수지 3곳에서 죽은 깔따구 유충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부평정수장에선 두 차례의 조사를 벌였지만 유충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최근 조사에서 배수지에서 유충 추정 물체가 확인됐고, 추가 정밀조사에서 죽은 물체가 발견됐다. 사진은 20일 인천 부평구 부평정수장 모습. 2020.7.2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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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공촌·부평 등 유충이 발생한 전국 7개 정수장은 일반 정수처리장과 달리 수돗물을 '고도처리'하는 곳이다. 일반 정수처리장보다 수돗물 냄새를 유발하는 오염물질 등을 더 잘 거른다. 하지만 고도처리 시설이 유충에겐 알을 낳고 번식할 수 있는 살기 좋은 환경이 됐다. 가정에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려고 만든 설비가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21일 환경부는 전국 49개 고도처리 정수장을 점검한 결과 인천 공촌·부평, 경기 화성, 김해 삼계, 양산 범어, 울산 회야, 의령 화정 등 7개 정수장에서 유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435개 일반 정수처리장에 전수조사는 이번 주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오히려 '독'된 고도처리 정수장

고도처리 정수장은 유충 발생 원인으로 지목받는 활성탄 설치 정수장이다. 일반 정수처리장과 마찬가지로 표준처리공정(혼화→응집→침천→여과→소독)을 거친다. 이 과정을 통해 물은 맑게 변화하고 병원성 미생물도 제거된다.

고도처리 정수장이 일반 정수처리장과 다른 점은 정수처리 과정 상 마무리 단계인 여과 부분이다. 고도처리 정수장은 입상활성탄 공정 등을 추가해 여과 단계를 더 촘촘하게 메웠다. 입상활성탄은 활성탄을 바닥에 깐 수조다.

활성탄은 목재, 톱밥, 야자껍질, 석탄 등을 태운 뒤 흡착력을 증대시키는 과정을 거쳐 생산한 흑색 탄소 물질로 숯과 비슷하다. 정수처리공정으로 생산된 처리수를 입상활성탄에 넣고 한번 더 거르면 표준처리공정에서 제거하기 어려운 미량유해물질도 없앨 수 있다. 국내 고도처리 정수장에선 주로 수돗물 맛냄새 물질 제거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생물막·긴 세척주기, 유충 살기 좋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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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민경석 기자 = 인천시와 부평구가 부평정수장 등 부평권역 배수지 3곳에서 죽은 깔따구 유충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고 19일 밝혔다. 부평정수장에선 앞서 두 차례의 조사에서 유충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최근 조사에서 배수지에서 유충 추정 물체가 확인됐고, 추가 정밀조사에서 죽은 물체가 발견됐다. 20일 인천 서구 서부수도사업소에서 직원들이 지역 구민에게 돌아갈 생수를 차량에 싣고 있다. 2020.7.2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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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탄이 유해물질을 거르기 위한 생물막을 형성하려면 시일이 걸린다. 역세척 주기가 최대 30일인 이유다. 반면 활성탄 대신 모래 여과지를 사용하는 일반 정수처리장은 역세척 주기가 1~2일이다. 생물막과 긴 세척 주기 때문에 고도처리 정수장은 유충이 번식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췄다.

환경부는 활성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미량유해물질 제거 능력이 뛰어나 고도처리 정수장을 굳이 축소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49개 고도처리 정수장 가운데 42개 정수장에선 유충이 발생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활성탄에서 부화한 유충이 세척 과정에서 제대로 제거됐는지 등은 조사 중에 있다. 신진수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은 "시설을 누가 운전하느냐에 따라 관리 등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경담 기자 damda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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